실무일반 - 협의2: 숨은 진위파악
실무일반편 목차
1. 거절법
2. 프로젝트리딩
3. 협의1: 사전 시뮬레이션
->이번글: 4. 협의2: 진짜 진위를 찾아라
어느 책에서 본 비유가 있습니다.
아내가 선반을 달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엔 드릴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왜 드릴을 살까요?
단순히 구멍을 뚫기 위해서일까요?
더 정확히는 선반을 달아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존중받고 싶은 욕구,
가족에게 기여하는 효능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겉으로는 “드릴을 사는 일”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관계와 감정,
존재감을 지키는 행동이었던 것이죠.
협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싸요”, “빨리 해주세요”, “그건 좀 그렇죠”
같은 말들은
정보 같지만, 사실은 감정, 제약, 기대, 프레임이
섞인 복합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협의는
그 복합 메시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좌우합니다.
“비싸요” → 단가 해명, 원자재 설명
“빨리 해주세요” → 납기 앞당기기 시도
“이건 좀 무리일 것 같은데요” → 기술적으로 가능 여부만 따짐
대부분의 협의는 상대의 말을
정보 입력값처럼 받아들이고,
곧바로 해결과 설득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좋은 협의자는 먼저 질문합니다:
“지금 저 말은 어떤 감정에서 나왔을까?”
“왜 하필 지금 저 말을 했을까?”
“이 말이 암시하는 전제는 뭘까?”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 걸까?”
“이건 비싸서 못 하겠어요.”
“요즘 원자재가 올라서요.”
“작년에도 이 조건으로 계약하셨는데요.”
→ 숫자, 논리, 과거 데이터로만 대응하는 방식
감정: 손해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
배경: 경쟁사 제안, 내부 예산 제약
욕구: 통제권, 상사에게 합리적 근거 설명하고 싶은 마음
프레이밍: “협의는 가격 싸움이다”라는 전제
→ 협의자는 이렇게 응답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단가만 보면 더 비싸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수리비, 중간 점검비, 리스크 대응 비용이 제로라서
연간 총비용으로 보면 18% 저렴하다는 고객 평가도 있었습니다.”
→ 가격 싸움의 프레임을, ‘예측 가능성과 리스크 절감’ 게임으로 전환하는 협의
“이거 이번 주 안에 꼭 돼야 해요.”
“최대한 빨리 해드릴게요.”
→ 일정 조정은 했지만, 신뢰와 불안을 건드리지 못함
감정: 일정이 틀어질까 두려움
배경: 입주 일정, 고객사 납기
욕구: 계획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
프레이밍: “이번 협의는 납기 리스크 방어가 핵심”이라는 인식
→ 협의자는 이렇게 응답합니다:
“그 일정이면 목요일까지는 확정돼야겠네요.
오늘 안으로 납기 확정 일정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고객님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제일 스트레스일 테니까요.”
→ 핵심은 빠름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정서적 안심입니다.
협의에서 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려면,
단순히 감정이나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감정, 배경, 욕구, 프레이밍의 4가지 시야를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그중 감정과 욕구, 배경과 프레이밍은 비슷해 보이는데
차이는 하기와 같습니다.
감정과 욕구는 무엇이 다를까?
프레이밍과 배경은 어떻게 다른가?
네가지를 한눈에 보기
말은 컵
감정은 컵 안의 물
욕구는 그 물을 끓게 하는 불
프레이밍은 컵을 놓은 테이블(환경과 시선)
출장 전 배우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전화는 안 해도 돼. 어차피 출장 가면 거의 안 하잖아.”
보기1: “응.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줘서 고마워.”
보기2: “무슨 소리야? 저번에도 통화 자주했는데?(통화 목록을 보여준다)”
보기3: “전에 소홀했었지. 이번엔 매일 잠깐이라도 전화할게.
나 없는 동안 밥 거르지 말고, 일정 최대한 당기고 빨리 올게.”
정답:
3번
보기1: → 감정 무시. 문자 그대로만 해석입니다.
보기2: → 논리로 감정을 반박합니다.
보기3: → 감정 인정 + 욕구 수용 + 실천 제시의 삼박자를 갖춘 반응
우리는 직장에서 “비싸다”,
집에서는 “전화 안 해도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언제나 감정, 배경, 욕구, 프레임이 숨어 있습니다.
좋은 협의자, 좋은 파트너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이해하려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