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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믿는 회의 리딩의 비밀

실무일반편: 회의진행

by 마찌

실무일반편 목차

1. 거절법

2. 프로젝트리딩

3. 협의1: 사전 시뮬레이션

4. 협의2: 진짜 진위찾기

-> 이번글: 5. 회의리딩


회의를 지배하는 기술: 선승구전 회의법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 있습니다.
‘이겨놓고 싸운다’는 뜻으로,

미리 승패를 분석하고,

이길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회의는 어떨까요?
회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모두의 시간을 낭비할 뿐입니다.


1. 회의는 반드시 ‘논의할 아젠다’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논의할 사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회의는 과감히 취소해야 합니다.
회의는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가 필요할 때만 열려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

사전에 논의할 아젠다는

반드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2. ‘목적’과 ‘아젠다’는 다릅니다


종종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논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목적’과 ‘아젠다’는 다릅니다.


목적은 방향이고,

아젠다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논점이어야 합니다.

그 차이를 더 분명히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예시 1. 도시락 회의 – 전형적인 비생산 회의


당신이 사내 야유회에서 제공할

도시락 준비 담당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약 5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고,

A대리와 B사원이 함께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셋이서 메뉴를 정하기 위해 내일 회의를 잡았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죠:


“이건 회의 때 얘기하면 되니까 지금은 안 해도 되겠지.”
“아이디어는 내일 모아서 얘기하자.”


하지만 회의 당일이 되면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당신: “그럼, 이제 도시락 메뉴 얘기해볼까요?”


A대리: “저희 집 근처에 불백 도시락집이 있는데 맛있어요.


잠시만요, 연락해볼게요.” (폰을 꺼내 연락처를 찾고 문자 시작)


당신: “그럼 A대리님이 연락하시는 동안, B사원님은요?”


B사원: “요즘 인기 있는 야유회 도시락 트렌드를 좀 봤는데요…”


당신: “어? 저도 같은 거 본 것 같아요!”


A대리: “방금 답 왔는데,

배송은 되지만 두 시간 안에 먹어야 한대요.

냉장 포장은 어렵다고 합니다.”


각자 준비 없이 회의에 들어와서

처음 아이디어를 꺼내다 보니,

논의는 산으로 가고,

결국 30분 후 회의는 이렇게 끝납니다:

“그럼 각자 조금 더 알아보고, 내일 다시 논의해보죠.”


그리고 다음 날 회의도,

또다시 비슷한 흐름의 반복입니다.
결정은커녕, 논의의 출발점도 잡지 못한 회의.


생산적인 회의는 어떻게 다른가?


아래와같은 준비가 회의 전에 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야유회 50명 대상 알레르기/종교적 제약 조사
→ 달걀/땅콩 금지: 7명, 특정 재료 제한: 15명

이로 인해 단일 메뉴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

위 제한을 만족하는 도시락 음식 리스트 확보

야유회 장소 인근 배달 가능 도시락 음식 식당 리스트 확보

위 조건에 맞고 리뷰가 좋은 식당 5곳 shortlist 작성


이렇게 정리해놓은 상태에서

회의는 이렇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오늘 회의는 이 다섯 곳 중 어디가 가장 적합한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회의는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라,

‘결정 회의’**가 됩니다.
즉, 회의는 조율만 하고,

논의의 시작은 사전에 끝낸 상태가 됩니다.


예시 2. 협력사 단가 협상 회의 – 실전 적용 사례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협력사가 희망 납품단가($100)를 높게 제시했고,
우리 원가 엔지니어는 낮은 단가($9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시다.

이럴 때도 대부분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양쪽 입장 들어보고 논의해보자.”


그러나 이런 회의는 흐지부지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회의는 입장 발표 자리가 아니라,

근거를 검증하고 결정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회의에서 ‘선승구전’을 실현하려면?


저는 이런 회의에 다음과 같이 준비합니다:

협력사로부터 단가 세부 내역(breakdown) 자료 확보

우리 원가팀에 side-by-side 비교표 작성 요청

카테고리별 가격 차이 분석

가장 큰 차이 항목부터 회의 아젠다로 설정
→ 파레토 법칙 적용 (가장 큰 논점부터 논의)


예를 들어:

아젠다 1: 케이스 가공비

아젠다 2: 패키징 단가


이렇게 준비된 회의에서는

협력사는 근거 자료를 들고 참여하고,
우리 팀도 어떤 논점이 중요한지 알고 회의에 들어갑니다.

이제 회의는 탐색이 아닌 결정과 실행의 무대가 됩니다.


왜 저는 이 회의법을 강조하는가?


차장사관학교에서 저는 섬세함,

감정 읽기, 진위 판단, 존중의 언어 같은
정밀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능력들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역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결'을 다룰 때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섬세함을 발휘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의는 어떻습니까?

내가 아닌 타인이 소집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며,

의제도 명확하지 않고,

결론도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회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회의만큼은 반드시 이겨놓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타인의 무계획으로 낭비되고,
그 결과는 내가 밤에 혼자 책임지게 됩니다.


추가 팁: 회의가 비생산적으로 흐를 때,

당신의 시간도 보호하라


회의에 들어가 보니
– 주제도 명확치 않고
– 내가 말할 차례는 한참 뒤며
–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발표형 회의라면?


그럴 땐, 회의 중 ‘소극적 참여’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단, 무시하거나 딴짓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 듣는 건 집중하되,
→ 동시에 병렬로 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업무를 소화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메일 정리

영수증 정산 처리

의무 교육 수료

자료 백업

루틴성 보고서 마무리


이렇게 하면,

회의의 비효율을 내 개인 생산성 손실로

전이시키지 않는 방어전략이 됩니다.
물론 회의가 생산적으로 흘러간다면,

100% 집중이 원칙입니다.


결론


많은 사람들이 “이 건은 회의에서 논의하자”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진짜 실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논의의 출발은 회의 전에 이미 끝냈습니다.”

회의는 탐색의 장이 아니라,
조율과 결정의 장이어야 합니다.


선승구전. 이미 이겨놓고 회의에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회의는 시간 낭비가 아닌,

성과 창출의 무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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