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는 쓸만한 땅에 만들지 않는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건물 옥상이나 지붕 위에 설치하거나, 밭도 논도 아닌 비탈 산을 개간해서 태양열을 받도록 모듈판을 빗겨세워 설치한다. 명화 태양광발전소는 장풍마을 뒷산을 개간해서 조성한 쾌 넓은 발전소다.
여기도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지 않고, 수용가 리스트를 보고 나 혼자 찾아가 익힌 곳이다. 이번에 세 번째를 가서야 인버터판넬을 발견하고 제대로 점검을 했나 싶다. 태양열 모듈판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직류전기다. 이걸 한전에다가 팔려면 교류로 바꾸어야 보낼 수 있다. 인버터란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말한다. 태양광 모듈에서 만들어진 직류전기를 한전으로 보내기 위해 교류전기로 바꾸어주는 장치가 인버터인데, 명화태양광발전소에서는 이걸 세 번째 와서야 찾을 수 있었다.
흔히 인버터는 건물 벽에 붙어있거나, 비를 맞지 않도록 모듈판 아래 설치를 한다. 그런데 여기는 두 번을 와서 살펴 찾아도 인버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대로 한전 계량기 판넬과 관리동 앞에 있는 판넬만 살폈다. 점검기록표에는
“전압 전류 측정 점검, 정상.
케이블 체결상태 확인, 정상.
열화 탄화 여부 점검. 정상.
특이사항 없습니다.“
이렇게만 적었었다. 특이사항으로 ‘인버터를 확인할 수 없음’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전기안전관리자의 자존심으로 차마 적을 수 없었다. 두 번을 왔어도 고개만 갸웃하고 의문만 품고 갔었다.
이번에는 갈 때는 작심을 했다.
“접속반 없는 태양광 발전소는 있어도, 언버터 없는 태양광발전소는 없다. 인버터가 없다면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는 밧데리 장치라도 있어야 한다. 이 발전소가 밑 빠진 독도 아니고 전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단 말인가?”
속으로 생각을 하며, 샅샅이 뒤져보기로 마음먹었다.
늘 갔던 대로 한전계량기 쪽으로 갔다. 한전계량기에는 전기를 측정하는 장치가 있다. 변류기다. 변류기를 CT(Current Transformer)라고 한다. 흐르는 전류가 얼마가 됐든지 5A로 변환해서 계량기가 측정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를 계량기에 숫자로 표시해서 요금을 매기는 장치와 같다. 여기는 거꾸로 발전한 전기를 한전으로 다시 보내는 전기량이 얼마나 되는지 표시하는 계량기다. 판넬을 열고 변류기를 살펴보았더니, 변류기 케이스가 금이 가 있다.
변류기에 금이 가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에 내가 전기안전관리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덕성태양광발전소에서 정기검사를 받을 때 온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알려주었었다. 이건 그때 보았던 변류기보다 더 큰 금이 가 있다. 한전에 신고를 하고 교체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 산속에 아무도 없는데서 변류기가 깨져 불이라도 나면 어쩌겠는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때도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날 보고,
“깨진 것을 알리지 않고 불이 나면, 안전관리자님이 책임질 수 있어요?”
하고 물었었다. 우선 보고를 해 두는 것이 내 임무다. 그러라고 한전에서는 이상이 있는 변류기는 무료로 교체를 해 주고 있다. 한전에 제시할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마음먹은 대로 인버터를 찾아야한다. 허허벌판에 태양광 모듈이 늘어선 그늘 아래로는 인버터가 없다. 그렇다면 관리동 뿐이다. 관리동을 한 바퀴 돌아보아야겠다. 옛날에 무엇이라도 찾을 일이 있으면 집을 한 바퀴 돌면 다 나오듯이 말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집은 썰매를 하나 만들려고 연장이나 부속품을 구하려면 집을 한 바퀴 돌면 됐다. 이 기둥에 톱이 걸려 있고, 저 보에 철사가 걸려있고, 뒷곁에는 쓸 만한 나무가 기대져있었다. 이걸 찾으려고 집을 한 바퀴 돌면 나왔고, 저걸 찾으려고 마음먹고 돌면 거기에 쓸 만한 물건이 눈에 띄였었다.
여기에는 그렇게 돌면 뭐가 있을 법한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관리동 뿐이다. 점검을 마치고 관리동 문을 열어 기록표를 두고 가기는 했다. 여기에 뭐가 또 딸려있을지도 모른다. 한 바퀴를 오른 쪽으로 천천히 돌았다. 다 돌았나 싶을 때 문이 하나 나타난다. 보통 주택의 출입문도 아니고, 전기 판넬을 열 때 편편하게 숨은 손잡이 문도 아니다. 아래로 내려 뻗은 손잡이가 두 개 보인다. 오른쪽은 옆으로 틀어 열었지만, 왼쪽은 문 모서리 아래에 걸쇠가 달려있어서 내려 밀어야 열렸다.
“그래, 여기구나. 인버터가 있는 곳이.”
이제야 안도감이 든다.
인버터에는 태양광을 받아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내역이 모두 표시된다. 현재 전압이 어떤지, 전류가 얼마나 흐르는지, 만들어진 전기의 주파수는 60Hz에 근사한지 알 수 있다. 오늘 만들어진 전기는 몇 kw나 되는지, 지금까지 만들어진 누적 발전량은 몇 kwh나 되는지 나와 있다. 아마도 이 발전소의 주인은 전기 고지서를 받으면 한 달에 발전해서 한전으로 보내준 량에, 정해진 단가를 곱하면, 한 달 발전으로 번 수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기록표에 적었다. 이것만해도 큰 발전을 한 것이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인계도 해 주지 않았는데, 찾아왔고, 찾아냈고, 이제 온전한 점검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버터 판넬 옆에 붙은 인버터의 사양을 또 사진으로 찍었다. 이참에 태양광 모듈도 다시 찍었다. 이걸 컴퓨터에 입력해서 일 년에 한번 있는 전기직무고시에 근거로 삼아야 한다. 우선 필요한 조치는 다 하는 것이다.
인버터실 문을 닫았다. 양쪽문을 가운데로 합해서 닫았다. 점검기록표는 관리동 방문을 열고 놓아두었다. 방바닥에는 지난달에 놓아둔 기록표가 그대로 있다. 지난달에 비해 모듈 사이에 비닐을 씌워 심은 고구마는 많이 자랐는데, 방에는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달에 점검표를 문을 열자마자 발을 딛을 수 있는 곳의 가운데에 두었는데, 그게 고대로 있는 걸보니 말이다. 이번 달 점검표를 그 위에 얹었다. 기록표에는 ‘변류기 파손 된 것을 한전에 교체 요청예정, 인버터에 나타난 발전 현황’을 자세히 적은 내용이 호기롭게 적혀 있다. 누가 봐도 점검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빈방에 문을 조심이 닫았다.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울타리 문은 세콤으로 잠겨 진다. 이 문을 들어올 때는 ‘해제’를 누르고 열쇠를 갖다 대서 문을 열었다. 나갈 때는 빗장을 걸고, ‘경비’라는 버튼을 누르고 열쇠를 갖다 대면 된다.
“경비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다. 그러면 문이 잠겨지는 줄 알았다. 보통 출입구 번호키처럼 말이다. 콘크리트로 포장한 비탈길을 내려왔다. 바깥 입구의 문은 통과하지 않는다. 문짝이 달린 기둥 밖으로 돌아 나가면 된다.
사흘 후다. 한전 협력업체란다. 한전에서 명화태양광벌전소에 변류기의 몰드 커버가 파손이 됐다고 갈러 간단다. 그날 내가 한전에 사진을 제시하면서 파손된 변류기를 갈아 달라고 요청한 작업을 하러 간단다. 장풍리 마을에 왔는데 태양광 발전소의 모듈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번지수를 알려 주었다. 조금 있으니 또 전화가 왔다.
“안전관리자님, 입구에 철문을 어떻게 들어가지요?”
“난 그 문을 통과하지 않고, 기둥 밖으로 돌아 들어가요.”
“저는 변류기를 갈려면 제품에, 가는 장비에, 무거워서 차로 들어가야 해요.”
“발전소 사장에게 전화해 보세요. 그 문은 나도 못 열어요.”
알았다고 하더니, 조금 후에 또 전화가 왔다.
“문을 열었어요. 번호가 9110이네요. 열려 있었어요.”
난 자연스럽게 이 직원이 발전소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출입문을 열기를 기대했다. 나도 그 발전소 사장과 통화를 해 본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비탈을 올라가 안쪽 출입구의 세콤 열쇠를 열 때도 그럴 것이다. 그 후로는 아무 소리가 없다. 문이 잠겨서 못 연다면 5분도 안 되어서 전화가 올 줄 알았는데, 연락이 없다. 문이 열려 있었든지, 아니면 사장과 통화를 해서 열었든지, 연락이 없다.
나는 다음 방문할 수용가로 달려가는데, 한참을 지나서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전관리자님, 변류기는 이 정도 가지고는 못 갈아요. 금이 간 정도잖아요. 아주 파손이 되어서 속이 보이거나, 소음이 심해야 갈 수 있어요. 소음이 심하다는 것은 속에서 고장이 났다는 표시거든요.”
“아니, 전기안전공사에서는 금이 가면 화제의 위험이 있다고 갈라고 하던데, 그리고 그 화제의 책임이 안전관리자에게 있다고 하던데, 난 한전에 신고하고 교체를 요청했으니 책임을 다 한 겁니다.”
“예, 그러세요. 안전관리자님은 다 하신 겁니다. 우리도 이 정도를 가지고 갈면 한전에서 돈을 못 받아요. 그 대신 계량기가 교체 연한이 됐네요. 계량기만 갈고 갈게요.”
명화태양광발전소 문제는 일단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간이다. 명화태양광발전소 사장이라는 분이 전화를 했다.
“전기안전관리자지요?”
“예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명화태양광에 갔다 오셨지요?”
“예, 며칠 됐습니다.”
“그런데 왜 문은 죄다 열어 놓고 오셨습니까?”
“예? 문을 죄다 열어 놔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열었던 문은 틀림없이 다 닫았는데요?”
“관리동 출입문은 ‘딸깍’소리가 나도록 밀어야 하는데, 덜 밀어서 바람에 열렸어요. 인버터실 문은 왼쪽문짝 아래의 혹크를 올려야 잠그고, 왼쪽 문이 잠겨야 오른쪽 문도 닫히는데, 왼쪽문의 혹크를 올리지 않아, 바람에 열렸어요. 문도 제대로 못 닫고 다닙니까?”
“아,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리고 내가 CCTV를 보고, 점검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밭 가운데 판넬은 왜 점검을 안 합니까? 지금 석 달째라고 사무실에서 그러던데, 그동안 그 판넬은 한 번도 점검을 안 한 것 아닙니까? 그러고도 점검비를 받아요?”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밭 가운데에 점검할 판넬이 또 있다니요?”
“아, 긴 말 필요 없고요, 내 사장에게 직접 전화할게요. 끊습니다.”
그렇게 끊겠다는데, 뭐, 사정해서 붙잡을 생각은 없다. 사장에게 전화를 하고 싶으면 하라는 수밖에 없다. 나도 혼자서 열심히 찾아 다녔지만, 그래도 빠진 것이 있다면 역부족이다. 인수인계도 없었는데, 여기까지 한 것도,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한 달에 120 군데 중에, 중복된 것을 빼면 90여개 중에, 이제 하나 실수가 나왔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도 사장이 물으면 할 말은 있다. 그래도 급하게 붙들고 늘어졌다.
“아, 사장님, 어디에 더 볼 판넬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여기는 총 네 군데 전기시설이 있어요. 맨 꼭데기는 다른 업체에 줬으니 따질 것 없고, 밭 가운데 것은 봐야 해요.”
“제가 인수인계를 갑자기 받다 보니 미흡한 것이 있었던 가봅니다. 앞으로....”
“그건 회사 사정이고요, 맡긴 우리는 어쨌든 잘 봐줘야지요.”
빠진 곳이 있다는 말에 금방 달려가야 한다. 열린 문이야 잠궜다지만, 점검비를 운운하는 데야, 이 달이 가기 전에 하나라도 마무리해야 한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했다. 과연 그렇다. 밭 가운데, 가까이 가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판넬이 하나 있다. 접속반이다. 모듈의 전기를 한 군데로 모으는 판넬이다. 규모가 좀 작은 데는 이 접속반이 없는 곳이 많다. 산북도 없고, 덕성도 없고, 금사 수양관에도 접속반이 없다. 여기도 보이지 않기에 없는 곳인 줄 알았다.
판넬을 점검하고는 ‘특별점검기록표’를 작성했다. 그리고 관리동 문을 열었다. 점검표 두 장 위에다가 또 올려놓았다. 문을 살짝 밀어 닫아 봤다. 과연 ‘딸깍’하는 소리가 난다. 엊그제는 조심스럽게 살그머니 닫았더니 사단이 난 거다. 건물을 돌아가 인버터실 문도 열어 보았다. 왼쪽 문짝 아래에 후크가 위로 올려져 있다. 이것도 진즉에 꼼꼼히 확인을 할 걸, 난 역시 허당기가 좀 있는 모양이다. 이러면 될 걸, 왜 이걸 못했을까?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5시가 되어서 회사에 들어갔다. 경리 눈치를 살피니, 아무래도 아직은 사장이 통화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먼저 명화태양광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이, 문을 다 열어 놓고 가서, 오늘 발전소에 침입자가 있었잖아요.”
“아, 그거요? 그것 때문에 화가 나셨군요? 침입자가 아니라, 한전의 협력업체 직원이 변류기를 갈러 방문했던 겁니다. 내가 엊그제 점검을 하면서 변류기가 파손됐다고 한전에 신고를 했었거든요. 아까 그 직원과 내가 몇 번을 통화해서 길을 안내하고 들어가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진즉에 제게 알려 주셨어야지요. 흰색 트럭을 몰고 간 사람 맞아요? 한전이라는 표시도 전혀 없던데....”
“한전 직원이 전기부속품을 일일이 갈러 다닐 수 없으니까 협력업체에 맡겨요. 아마 아무 일 없었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그리고 제가 금방 갔다가 왔는데, 지난 두 달은 접속반 점검이 빠졌네요. 앞으로는 철저히 잘 해 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실수가 좀 있었습니다. 이번에 변류기도 사장님이 요청하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신고하고 교체하도록 하잖아요. 문도 잘 닫고 다닐게요.”
“아무튼 사장과 통화를 요청해 놨습니다. 바쁜지 아직 전화가 안 오네요. 네, 알았습니다. 수고하세요.”
목소리는 처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제야 알았다. 명화태양광 사장이 화가 난 이유를 알았다. 안쪽 철문에 경비를 걸어놨는데, 한전 협력업체 직원이 세콤 경비를 무시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세콤 열쇠를 대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열렸다고 알리는 정도뿐이다. 애초에 잠겨지지 않은 문이었다. 세콤 경비회사에서는 사장에게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렸고, 사장은 CCTV를 보고 침입자가 누군가를 알려고 과거로 돌렸다. 과거로 돌린 김에 문이 열린 것을 알았고, 내가 점검하는 동선도 살펴보니 접속반에는 아주 들르지도 않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침입자는 전기시설만 살피는데 한전직원이라는 표시는 없다. 들어 와서는 열린 문에도 관심이 없고 계량기만 보고 간다. 그러나 나한테 화를 난 것이다. 드나든 것은 나고, 문을 안 닫은 것도 나고, 점검도 빠트린 것도 나니까, 나한테 화를 내고 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하느라고 했다. 인수인계도 받지 않는 곳이 잘 찾아 다녔고, 와서는 숨은 인버터 판넬도 찾아 점검을 했다. 거기다가 파손된 변류기도 교체해 달라고 한전에 요청을 했다. 비록 변류기는 교체하지 않고 계량기만 사용연한이 되어서 교체했지만 말이다. 문제를 찾아서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다. 애초에 잠기지 않은 문이 열렸다고 덤터기를 쓴 격이다.
하지만 일은 터졌다. 늦어도 내일이면 회사에서도 맞아야할 태풍이다. 점검이 빠진 것은 이만해도 다행이다. 두 달을 넘게 혼자 다니면서 이제 하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 잘 해 왔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찬찬치 못한 내 실수다. 특히 농장을 다닐 때 열어 진만큼만 열어 놓고, 닫혀있으면 꼭 닫아 놓아야 한단다. 열쇠를 나에게 맡기고 드나들게 하는 만큼 갔다가 와도 흔적이 남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겨야겠다. 늦어도 된다. 빠트리지는 말아야 한다.
옛날에 짚신장수 부자가 있었단다. 아들은 아버지가 만든 것만큼 단단하고 보기 좋게 잘 만들었는데도 사람들은 아버지가 만든 짚신을 더 좋아하고 사갔다. 아들은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늙어서 죽을 때까지도 그 비밀을 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영업비밀인 셈이다. 아버지가 이제는 짚신을 더 만들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아들이 짚신 만드는 비밀을 알려 달라고 졸랐다. 아버지가 한마디 하더란다.
“털, 털.”
아들은 이 말을 듣고 깨달았다. 짚신을 다 만들고 다듬을 때 털을 더 깔끔하게 정리하라는 말이었다. 아들도 드디어 잘 팔리는 짚신을 만들었단다.
일을 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는 주변을 잘 정리하는 것으로 받기가 쉽다. 나도 전기안전관리는 전문이어서 잘 하겠지만, 전공 외에 주변 정리도 잘 해야겠다. 늦어도 된다. 꼼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