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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권 Oct 11. 2024

전기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의 때






목요일 저녁에 호텔에서 화재가 나서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뉴스 첫머리에, 

  “.... 810호 투숙객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메케한 냄새가 난다고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라고 할 때, 나는 직감했다. 

  “저건 전기 사고다.”

이튿날 오후에야 뉴스시간에 전문가의 견해라고 전했는데,

  “.... 에어컨에 연결된 전기선이 합선이 되어서 불꽃이 아래에 있는 소파 등 가구에 떨어져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고 밝혔다. 아직은 정밀감식이 필요하지만, 나는 화재가 난 이튿날 오전에 수용가를 점검하면서, 전기화재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주의를 주고 다녔다.


  내가 이렇게 전기화재라고 확신하게 된 것은, 화재가 나기 나흘 전에 전기로 인해 메케한 냄새가 나고, 스위치가 녹아내린 현장을 방문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였다. 영정빌딩 이소장님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7층 헬스장에서 메케한 타는 냄새가 나서 직원들이 소방서에 전화를 하려고 해요. 나도 순찰을 하는데 6층 계단부터 냄새가 나더라고요. 헬스장을 들어가 보니 스위치가 녹아 내렸어요. 그래도 왜 차단기는 내려가지 않지요?”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냄새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요? 계속 녹아내리고는 있어요?”

  “아니요. 지금은 멈췄어요. 불은 나는데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앞으로는 안전한지 몰라서 전화를 드렸어요.”

전화를 받고 즉시 달려갔다.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되면 이 찜통더위가 조금은 가시려나 기대를 하면서, 바지를 꿰입었다.


  헬스장에는 휴일을 맞아 쉬는 젊은이들이 군데군데서 운동을 하고 있다. 출입구 쪽 벽에 붙은 5구짜리 스위치에 녹아내린 흔적이 있다. 하얀 네모가 하나 떨어져 나가고, 스위치를 구성하고 있던 플라스틱이 녹아서 흘러내리다가, 열이 발생하지 않은 시점을 알리듯이 고드름처럼 굳어서 달려 있다. 

  “소장님,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이게 스위치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속에서 합선이 일어났다면 정말 화재가 날 뻔했습니다.”

  “이렇게 불이 날 정도가 되면 차단기가 떨어져야하는 것 아닙니까? 차단기가 왜 안 떨어집니까? 차단기가 떨어져서, 전기를 끊었어야지요.” 

  “차단기는 안 떨어져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우선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들어 보세요. 이건 스위치가 불량이었어요. 스위치를 켜면 두 선이 딱 붙어야 해요.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전기는 통해서 불은 들어오지만 떨어진 부위에서 열이 나요. 작은 열이지만 이 열이 축적이 되면 온도가 올라가겠지요. 그러면 탄내가 납니다. 아까 탄내가 났다면서요. 그러다가 열이 더 올라가면 불이 붙게 되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멈췄어요. 그런데 차단기는 안 떨어졌어요.”

  “차단기는 두 선이 붙으면 떨어져요. 붙지 않았으니까 떨어지지는 않았고, 지금은 열이 안 나는 이유는 스위치를 구성하는 플라스틱이 녹아서 두 선의 사이가 멀어졌어요. 그러니까 스위치가 꺼진 상태와 같아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은 나가고, 열은 안 나니까 타다가 굳어 버린 것이고, 차단기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 전기 공사를 새로 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요? 지금은 더 이상 탈일은 없으니까, 불 꺼진 채로 오늘은 사용하시고, 내일 빠른 시간에 스위치를 교체하라고 그러세요.”

  “예, 알겠습니다. 내일 온다고 했어요.”


  부천에서 난 화재는 스위치가 아니다. 에어컨에 연결된 전기선이 합선됐단다. 정밀감식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원인이다. 이건 사전에 막을 수가 없다. 화재가 나기 전에 발견해 낼 수가 없다. 뉴스에서 누차 나오는 걸 들었다. 

  “.... 객실을 처음 들어 온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고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타는 냄새가 날 때 원인을 긴급히 찾아내야 한다. 우선 전기의 합선을 의심하고 차단기를 내려야 한다. 그랬으면 고기까지만 타고, 냄새가 나는 데까지만 타고, 그 후에 화재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때까지도 전류는 계속해서 흐른다. 두 선을 감싸고 있는 절연이 파괴되어, 두선이 들러붙을 때까지는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열되어 불이 날 때까지 전기가 계속해서 흐른다.


  이제 우리 회사에 들어 온지 한 달도 안 된 신입사원이 있다. 처음 들어왔으니까 신입사원이지, 사실은 전기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지금 50이 될 때까지 전기 밥을 먹었단다. 대학에서도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전기 공부 강사로도 손색이 없단다. 그래서 나는 조부장을 ‘나의 자판기’라고 부른다. 그 광범위한 전기에 대한 문제를 던지기만하면 자판기에서 금방 물건이 튀어나오듯이 답이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자판기에도 전기가 들어가듯이 커피를 언제나 아낌없이 사준다. 사실은 그가 신입사원이 아니라, 내가 전기에 대해서는 신입사원이다. 나는 전기 공부를 한지 7개월 만에, 전기산업기사 시험 1차와 2차를 모두 한 번에 붙었다. 자격증만 땄고, 자격을 갖춘 후에는 시설에서 근무를 해서, 실무는 아주 생소하기 때문이다. 


  조부장은 내 옆자리에 앉는다. 만나기만 하면, 

  “뭐, 또 물어 보실 것 있습니까? 물어 보세요.”

그동안 내가 하도 물어 본 게 많아서다.

  “마그넷이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를 어떻게 알아요. 측정 방법을 말해 주세요.

  “콘덴서를 갈 때 콘덴서에 남은 전압을 어떻게 방전해요?

  “LA, 피뢰기와 접지의 차이점이 뭐예요?

  “에어컨에 메가측정을 했더니 20으로 측정이 됐어요. 이게 고장입니까 아닙니까?”

뭐,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그때마다 전기 공부할 때 강사처럼 공식을 써가면서, 용어를 풀이해 가면서, 설명을 해 준다.  

  “메가를 측정할 때, 법적으로 허용된 전압은 500V예요. 그래서 다들 500V가 흐르는 메가테스터기를 써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 가정에서 쓰는 전기기기는 모두 220V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 졌잖아요. 그런데 테스트를 한다고 측정 포인트를 잘 못 찍어서 사용전압에 배가 넘는 500V를 두 플러그에 대고 흘려 봐요. 다 망가지지. 그래서 저는 250V짜리 메가를 써요. 실수해서 플러그 양쪽에 대도 고장이 나지 않도록 하려고요.”

나는 이런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실재로 성박사인생고기에 세척기가 고장났다고 할 때 고부장은 자기 차에서 자기가 쓰는 메가테스터기, 250V짜리를 들러주면서,

  “내가 따라가 봐야 하나?”

  “아니야, 내가 갈게요. 고마워요.”

하고 받아 갔다. 


  이 고부장은 들어오자마자 열화상측정기를 사비로 구입했단다. 

  “부장님. 이게 80만 원짜리인데, 이걸 차고 다녀야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형사들이 양복 안쪽에 권총을 차고 다니듯이, 고부장도 왼쪽 가슴 아래에 열화상카메라를 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니, 형사야? 안전관리자야? 그러니까 한 폼 납니다.”

  “수용가에 들어서면 이 열화상 카메라를 척 꺼내 들고, 포인트마다 찍어요. 포인트에 온도가 나오지만, 그보다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온도가 색깔 별로 표시가 됩니다. 나사 접속부분이 헐거워져서 열이 나면 곧바로 이 드라이버로 조이는 겁니다.”

왼손으로는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조이는 시늉을 한다.

  “실재로 한 군데 갔더니, 나사가 풀어져서 열이 90˚C까지 올라가는 걸 조였습니다. 며칠 전에 부장님이 스위치에서 열이 나서 녹았다고 하셨지요? 이걸로 일일이 찍어 보면 열이 나는 부분을 미리 잡아 화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하나씩 사십시오.”


  나도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기는 한다. 전기직무고시를 준비할 때 사용한다. 고압 설비를 찍어서 3상의 온도 차이를 비교한다. 전력품질검사라는 항목이다. ASS를 찍고, PF를 찍고, MOF를 찍고, COS를 찍고, TR을 찍고, 저압에는 메인 부스바(Bus Bar)까지 찍는다. 각각 기기들의 3상의 온도를 비교해서 5˚C이하가 나오면 정상이다. 그 이상의 온도 차이가 나는 것은 R,S,T 세 상에 흐르는 전류가 불균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전력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이다. 직무고시를 준비하는 않을 때는 비접촉 온도계를 사용해서 각 상의 온도를 재어 본다. 


  배전반이나 분전반을 열면 열화나 탄화 여부를 살핀다. 점검기록표에 적을 때도 빠지지 않는 것이 ‘열화 탄화 여부 점검. 정상’이라고 적는다. 열화는 접속부분에 이격이 생겨서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열이 심해지면 탄화가 된다. 전선에 입힌 절연물질이 고온에 의해 시커멓게 그을리는 현상이다. 탄화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전선이 그을리든지, 접속부분이 그을리든지, 차단기가 시커멓게 되든지 말이다. 이것을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발견해 내는 것이 안전관리자의 임무다. 나는 눈으로 살펴보고, 고작해야 접속부분이 헐겁지 않은지 전선을 가끔 눌러볼 뿐이었다.   


  부천호텔에 전기 화재를 보고는 퍼뜩 생각나는 것이 한군데 있었다. 용성전기다. 여기는 지난번 장마 때 천장에서 누전이 되어서 Hot선과 Neutral선을 바꿔 뀐 곳이다. 천장에 습기가 심한데, 여기에 전선을 꼼꼼하게 작업하지 않아서 쌓인 먼지에 묻은 습기가 전기를 누전을 시켰다. 스위치를 올리면 조금 ‘부웅’하며 켜졌다가 누전차단기가 떨어졌다. 불이 안 들어오는 채로 전기안전관리자가 그냥 간다고 아우성을 쳐서, 임시로 쓰라고 Hot라인이 전등으로 가게  하고, Neutral선이 스위치고 가게 했다. 그때도 관리이사님에게 단단히 일렀었다.

  “이사님, 이건 임시조치입니다. 빨리 전기 공사를 새로 해서 고치세요. 핫선이 전등으로 바로 갔어요. 불을 꺼도 380V가 전등에까지 들어가 있어요. 그러면 화재의 위험도 있지만, 전등의 수명도 짧아져요. 임시로 바꿔 끼웠으니까 빠른 시일 안에 전기 공사를 다시 하셔야 합니다.” 


  전기는 폐회로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개회로에서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220V로는 폐회로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면, 한 선은 380V가 흐르는 Hot선이라고 그러고, 한 선은 Neutral선이라고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중간에 저항을 달아서 전기를 회전시킨다. 저항은 전등은 빛을 내는 저항이고, 난로는 열을 내는 저항이고, 선풍기는 모터를 돌리는 저항이다. 핫선과 뉴트럴 선 사이에 스위치를 달아서 연결했다가 끊었다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380V가 흐르는 선이 스위치로 가고, Neutral 선이 전등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스위치를 껐을 때 전등은 아무런 전압이 걸리지 않고 편히 쉬게 된다. 이걸 거꾸로 연결하면 전등은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도 전압이 380V가 걸려서 대기하게 된다. 이럴 때 습기로 누전이 된다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영성전기는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Hot Line과 Neutral Line이 바뀐 채로 쓰고 있다. 8월 두 번째 점검을 나가서도 담당자에게 상기시켰다. 그래도 내가 가서 전선을 다시 돌려 뀔 수는 없다.

  “당장 작업을 못하는데, 전등이 나가면 어떡합니까?”

전기안전관리자가 와서 작업을 방해한다고 야단 날 것이 분명하다. 장마가 지나고 공기 중에 습기가 좀 빠지는 대로 돌려놓을 생각이다. 


  평택에는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기지가 있다. 용산에 있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고, 2017년 개관행사를 하고 입주를 했지만, 지금도 건설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지인이 여기서 벌써 15년째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내부 마감공사다. 한번은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다. 내가 전기를 한다니까 전기 공사하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는 전기선을 모두 금속관에 집어넣어요. 우리나라는 금속관 공사를 하는 데가 별로 없잖아요. 다들 PVC주름관이나 잘 해야 CD관을 쓰지요. 금속관공사를 하니까 얼마나 정확한지 5mm도 차이가 나면 안 맞아요. 다시 잘라야 해요.”

그렇다. 부천 호텔도 금속관을 썼더라면 합선이 되어도 관 안에서 타다가 차단기가 떨어졌을 것이다. 차단기가 떨어지면 양정빌딩 스위치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아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저런 엄청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주름관은 불이 붙었다 하면 유독가스가 먼저 사람을 죽인다. 한 호흡만 마셔도 바로 정신을 잃는다. 그래도 우리는 주름관이 전부인줄 알고 사용한다. 왜 그런가? 대부분 주름관은 값이 싸다. 작업도 쉽기 때문이다. 금속관을 자르려면 기계가 따로 필요하고, 조립하려면 나사를 일일이 내야 한다. 하지만 주름관은 가위로도 쉽게 자르고, 이미 주름이 졌으니 돌려 뀌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편리한가? 하지만 생명이 달린 일을 값싸고 쉽다고 그렇게 간단히 선택할 수 있을까?   


  소방서에서 주관하는 화재결과 브리핑이라서 그런지 화재를 이렇게 정리했다.

  “.... 에어컨에 연결된 전기선에서 불꽃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어컨 아래에는 침대와 쇼파가 있었는데, 침대커버나 쇼파는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떨어진 불꽃이 순식간에 큰 불로 번졌습니다.....”

전기 일을 하는 내 눈에는 달리 보인다. 전기 배선을 한 관이 PVC 주름관이다. 이걸 금속관으로 시공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마도 합선이 일어났다고 해도 금속관 안에서 났다가, 단락이 일어나 차단기가 떨어지고, 불은 금속관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기 시공에서 PVC 주름관이나 CD관을 배제하고, 안전한 금속관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다. 역시 값이 문제지만 말이다. 그 놈의 돈이 뭔지, 이것 때문에 고귀한 사람의 생명이 자꾸 죽어가고 있다


  20여년 전에 지하철 객실에서 화재 사건이 많이 났다. 대구지하철화제사고 후로도 여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때 우리는 그랬다. 외국으로 수출하는 객차에는 방염 처리한 재료로 만들어 파는데, 정작 국내에서 사용하는 객차는 비싸서 방염 처리한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고, 싼 것으로 만들어서 써서 그렇다고 말이다. 그때도 그랬다. 

  “그 놈의 돈이 뭔지....”

20여 년 동안에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지하철의 어느 객실을 타도 불이 붙지 않는 재질로 만든 의자에 앉아서 간다. 


  이제는 전기 시공에도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할 때가 되었다. 불이 잘 붙는 PVC관이나 CD관을 쓰지 말고, 불이 붙지 않는 금속관으로 대체해야 한다. 금속 파이프를 기본적으로 써야 하고, 피치 못할 때에는 알루미늄 주름관을 쓰도록 해야 한다. 아니다. ‘피치 못할 때’라고 해도, 사람들이 돈을 피할 수 없으니까, 금속파이프를 쓰도록 강제 규정을 두어야할 때가 되었다. 평택에 미군부대가 전기 공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돈 때문에 언제까지 귀한 목숨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전기기능사 시험에는 2차에 시퀀스를 배선하는 시험을 본다. 이 시험에서 가장 안전한 시공방법이 금속관시공인데, 금속관 시공은 아주 처음부터 다루지도 않는다. 여전히 PVC 주름관과 CD관 시공만 시험 과정에 있다. 전기를 시작하는 기능사들의 머릿속에는 금속관 시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이제는 금속관 시공을 기본으로 하는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가 이루어져야 산다. 


  요즘은 또 전기차가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이 화재도 거의 다 전기화재다. 배터리 간에 전압 편차 때문이든가, 절연이 잘 안 되어서 그렇든가, 전류나 전압이 갑자기 변화해서 이상이 생기든가, 과전압일 때도 화재가 날 수 있지만 저전압일 때도 불이 날 수 있다. 요즘은 또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단락이다. 양극이 서로 닿는다는 뜻이다. 물론 양극이 맞닿아서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미세단락이나 순간단락에 의해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미세단락이란 공기 중 습도로도 단락이 된다. 순간단락은 정전기에 의해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모두 자동차 전기사고의 원인이 된단다. 


  진또배기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어촌 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새마리 솟대에 앉아,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옛날 어촌 마을에 나쁜 일은 대부분 물, 불, 바람이 가져왔다. 물에 빠져 죽고, 불이 나서 죽고,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혔다. 물은 사람이 사는 동안에 없어서는 안 된다. 물을 먹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데 물은 또한 사람이 죽는 원인 중에 제일 큰 원인이 되었다. 불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불을 때야 따뜻하게 잘 수 있고, 어두운데 불을 밝혀야 하고, 불을 때야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불이 또 사람을 삼켜버리는 데는 인정사정이 없다. 


  바람은 요즘은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 바람은 돛을 달고 배가 다니고, 풍차를 만들어 방아도 찧었다. 요즘은 이걸 다 전기가 한다. 내연기관도 점차 없어지고 배터리로 자동차산업이 전이하고 있다. 그만큼 요즘은 사람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전기다. 전기가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전기가 없이는 길도 찾아갈 수 없고, 전화도 할 수 없고, 컴퓨터도 할 수 없고, 여름에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없고, 아파트에 살 수도 없다. 그런데 전기로 난 불이 사람을 삼켜버리고 자동차도 순식간에 200대나 불에 타버린다. 사고가 날 때는 밉지만 차마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다. 밉지만 헤어질 수 없는 어떤 부부 같다. 어쨌든 사는 동안은 달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확실한 예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패러다임 쉬프트다. 전기화재를 막기 위하여 비용이 좀 들더라도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전기공사의 재료를 바꾸어야 한다. 지하철 객실 의자를 방염물질로 바꾸었듯이, 전선관 공사에 화재에 취약한 PVC나 CD관을 사용하지 말고, 금속관 공사로 전환해야 한다. 돈이 문제라고? 우리나라도 이젠 독자기술로 우주에 ‘누리호’를 발사했고, GDP는 세계 10위에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고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자랑을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민의 생명을 귀히 여기는 시도를 해야 한다. 돈 타령 하지 말고 금속관 공사를 하도록 하자. 나도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안전관리를 해야겠다. 돈 타령하지 말고 영화상 카메라를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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