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온다. 날이 뜨거워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작업을 할 텐데, 또 비가 온다. 운전대를 돌렸다. ㈜수성으로 콘덴서를 갈러 가다가 운전대를 광주의 용성전기로 돌렸다. 벌써 콘덴서를 실고 다닌 지 일주일은 된다. 콘덴서는 역률을 개선하는 장치라서, 빨리 갈아 줘야, 전기 기본요금에서 할인은 받지 못해도 할증을 물지는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반짝하는 맑은 하늘이라도 드러나야 콘덴서를 갈 수 있다.
엇그제도 수성으로 콘덴서를 갈러 오다가 상생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수변전실이 실내에 있으면 무슨 작업이든 날씨에 상관없이 할 수 있을 테지만, 밖에서 전기를 만지는 작업은 비가 오면 상극이다. 비를 맞으면서 콘덴서를 갈 수는 없다. 비가 오는 날은 점검을 하러 가도 판넬도 열지 않는다. 가공전선로의 기기들만 보고, 계량기만 본다. 물에 젖은 판넬을 둘러싸고 있는 녹색 울타리에 가까이 가는 것도 조심스럽다. 전기에는 용서가 없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래도 오전에 내리던 비가 지나가고, 쨍쨍 내리 쬐는 대지에 이글거리며 그동안 내린 수분이 다 증발해 버렸다. 달근달근, 콘크리트가 달구어졌다. 수성의 마당 가운데는 승용차가 한 대만 있다. 입구와 울타리 가로 직원들이 타고 와서 세워둔 차가 여기저기 박혀 있다. 저쪽 구석에는 나가는 차인지 지나가는 사람과 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당 가운데 차를 세우는 날 힐끗 보더니, 다시 자기들끼리 소근 거린다.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작업 준비를 했다.
콘덴서는 전기에너지를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배터리와 비슷하지만, 사용하는 목적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배터리는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충전해서, 전기가 필요한 때에 직류 전기를 사용한다. 반면에 콘덴서는 전기를 충전해서 회로의 전압을 안정화시키거나 필요한 시점에 전류를 흘려보내서 역률을 개선하는데 사용한다. ㈜금성에는 변압기에서 발생하는 지상역률을 개선하기 위해서 저압 메인판넬에 콘덴서를 설치했다. 지난번 점검 때 그 콘덴서가 팽창된 것을 발견했다. 다음 달 점검을 하기 전이라도 와서 급히 갈아야 상황이다.
콘덴서를 가는 작업은 생전 처음이다. 그동안 유튜브로도 여러 번 보고 공부를 했다. 사무실에서 묻기도 많이 물었다.
“먼저 전원을 내리세요. 전원을 내려도 콘덴서 안에는 전압이 남아 있어요. 이걸 방전을 시켜야 해요. 그냥 만졌다가는 큰일 납니다.”
“방전은 어떻게 해요.”
“그냥 한참을 두는 거지요. 한 30분을 자연상태에서 풀어 놓으면 방전이 됩니다.
“그리고, 콘덴서를 내렸다가 금방 올리면 안 됩니다. 한 10분은 그냥 가만 뒀다가 올려야 합니다. 왜 그러냐하면 콘덴서에 들어오는 전압이 380V 잖아요, 그런데 콘덴서는 이미 축적된 전기가 남아 있을 수가 있습니다. 콘덴서에 남은 전압이 200V만 되어도, 이 둘을 합하면 500V가 넘잖아요. ‘퍽’하면서 사고가 납니다.”
이걸 들은 터라, 아무리 작은 콘덴서라고 해도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전원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고 해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헬맷에 검전기를 달아서 혹시나 머리가 배전반 부스바에 가까이 가는 걸 알리게 했다. 드라이버에 절연테이프를 감아서 중간에 전선이 닿는 것을 예방했다. 절연 장갑도 단단히 끼었다. 조끼 주머니에 담겨 있는 후크메터기, 후레쉬, 활선테스터기는 물론, 공구가 든 가방을 통채로 매고 가서 작업을 해야 한다. 가방에는 메가가 있고, 몽키가 있고, 뺀찌가 있고, 철가위가 있고, 닙퍼가 있고, 전동드릴이 있다. 하여튼 조끼를 입고 가방만 둘러매면 웬만한 전기 작업은 다 할 수 있을 정도다. 거기다가 콘덴서를 무겁게 들고 풀숲을 헤치고 수배전 전력설비가 있는 울타리에 들어갔다. 차는 회사 사무실 앞인데, 잠그지 않아도 누구 손을 타겠나 싶어서, 굳이 바쁜 손을 장갑에서 빼서, 또 주머니에 넣어 열쇠를 꺼내 잠그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판넬을 여니 왼쪽 앞 구석에 20Kvar짜리 콘덴서가 배가 불러서 접은 테두리가 울렁울렁 펴져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다. 아마도 마그네트로 가는 전원을 내리지 않았다면 터져서 배전반에 기름이 철갑을 했을지도 모른다. 조부장의 음성이 생생하다.
“전기를 만지는 사람이 크게 두 종류예요. 살아있는 전기를 만지는 사람과 죽은 전기를 만지는 사람이지요. 전기 공사를 하는 사람은 전원을 꺼 놓고 전기를 만지잖아요. 우리는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는 사람이에요. 전원을 내리지 않고 전기를 만져야 해요. 조심해야 합니다. 순간이에요. 전기는 용서가 없습니다.”
지금 콘덴서를 갈겠다고 전원을 전부 내렸다가는 블록을 만드는 공장을 세워야 한다. 그럴 수는 없고, 교체하는 콘덴서 전원만 내렸다.
“콘덴서를 간다고 전원을 내렸어도 콘덴서에서 분리한 선을 장갑으로 감싸서 판넬에 닿지 않게 해야 합니다. 3상을 각각 분리하는데, 각 상도 닿지 않게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남아 있는 전기에 작은 불꽃이라도 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기선은 언제나 마감이 되어야 하거든요. 특히 중성선이 작업중에 출렁이다가 다른 부스바에 닿으면 단락사고가 나잖아요.”
콘덴서에서 분리한 선을 장갑으로 감싸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걸쳐 놓았다. 접지선도 분리했다. 타이머를 껐고, 마그넷 전원도 차단했고, 그래서 마그넷에 배꼽도 들어가지 않아 전기를 들어오지 않아도, 접지까지 네 선을 조심해서 사방으로 걸쳐 놓았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열대야가 찜질방이라고 하더니, 평소 쓰던 챙 넓은 모자 대신 테도 없는 헬멧가로 내리 꽂는 햇살이 목덜미를 따갑게 달군다.
빵빵하게 부푼 콘덴서를 밖으로 꺼내고, 들고 온 새 콘덴서를 벗겨 판넬 앞에 세웠다. 이제 역순으로 하나하나 조립을 하면 된다. 먼저 접지선을 연결했다. 3상이 코드 선의 색깔이 다르니, 장갑을 벗겨서 마그넷에 꽂힌 색깔 순서대로 끼웠다. 빨간색을 가운데 단자에 끼우고, 검은 색을 접지 단가 가까이 끼우고, 노란색을 접지 단가 가장 멀리에 끼웠다. 단자 뚜껑을 눌러 닫았다. 꺼낸 자리에 고대로 안치했다. 분리할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안치한 위치와 접속한 단자와 연결된 선을 일일이 비교해 보았다. 이상 없다. 눈두덩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과연 지금 전원을 넣으면 정상적으로 작동할까? 먼저 가장 위에서부터 전원을 넣었다. 타이머의 전원을 넣었다. 빨간 불이 들어온다. 마그넷의 전원을 힘차게 올렸다. ‘딱’하는 순간 마그넷의 배꼽이 쑥 들어간다. 타이머에서 주는 신호에 따라 전자석이 붙어서 콘덴서에 전원이 공급되는 것이다. 이제 후크메타로 전압과 전류를 제어 보아야 한다. 먼저 전자석의 코일 전압을 쟀다. 전자석까지 전기가 잘 들어오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코일전압은 220V다. 전자석 1차에는 전기가 387V씩이다. 3상이 이상이 없다. 전자석 2차도 그만큼의 전압이 들어온다. 연결한 선이 콘덴서에 닿았는데, 콘덴서의 전압은 어떤가? 이것도 각각 380 이상이 나온다. 마지막이다. 전류까지 콘덴서에 기록된 대로 정격전류가 30A가 나오면 된다. 세 선이 모두 전류가 30A가 된다. 다시 사진을 찍었다. 부풀어 올랐던 콘덴서가 있던 자리에 새 콘덴서가 반짝거리며 서 있다. 늘씬한 콘덴서가 빛난다. 판넬 구석에 설치되어서 그늘에 있는데도, 하늘에서 반짝이는 태양보다도 더 반짝이는 것 같다. 옷이 흥건하도록 땀 흘린 보람이 있다.
판넬을 닫고, 헌 콘덴서를 박스에 담았다. 나올 때도 한꺼번에 다 들고 나오면 된다. 장비를 모두 가방에 넣어 차로 나왔다. 갈은 콘덴서는 마당에 세워 두고, 가방을 먼저 차에 뒤에 벗어 실었다. 헬멧을 벗어 놓고 카우보이모자로 바꿔 썼다. 장갑도 눅눅하다. 이럴 때 절연장갑은 잘 벗어지지도 않는다. 손가락에도 땀이 나서 일일이 잡아 당겨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차라리 설거지하고 고무장갑 벗듯이 훌떡 뒤집어 벗는 것이 빠르다. 손이 마른 다음에 일일이 바로 잡으면 된다. 손에서 장갑만 벗어도 입은 옷 하나 벗은 것만큼 시원하다. 양 손에서 장갑을 벗으니 손으로 느끼는 공기가 시원하다. 손목을 흔들어 맑은 바람을 쐬어 본다. 두지도 마당 앞 뚝방에 선 아라가 치던 소리가 생각난다.
“바람 맛 좋-다.”
고 조그마한 아이가 바람 맛을 어찌 알았을까?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아라가 본 바람 맛은 어떤 맛일까? 장갑을 벗고 흔들어 쐰 바람 맛이 좋다. 텅 빈 마당에 태양만 작열한다.
점검표를 한 장 떼어서 집게파일에 끼워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콘덴서를 간 기록을 시원한 사무실에 들어가서 작성할 셈이다. 사무실에는 부사장이라는, 사장의 부인이 혼자 책상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안녕 하세요. 콘덴서를 갈았습니다. 이상 없이 잘 가동 됩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콘덴서 갈았다는 싸인은 공장장님에게 받으세요. 그분이 전기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겠답니다.”
“예, 알겠습니다. 날이 참 덥네요. 여기서 적어 가지고 갈게요.”
“예, 그러세요. 차도 한잔 하세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땀을 좀 식히고, 정수기에서 물도 한 컵 받아 마시고, 한 숨을 돌리고 점검표를 작성했다. 점검기록표에는,
“‘콘덴서 교체, 정상 작동.
전압 각각 387V,
전류 각각 30A.’”
라고 적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머릿속으로 지나간 생각은 많았지만, 적은 내용은 간단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천천히 꼼꼼하게 진행하느라고 오래 걸렸지만, 적은 내용은 짧았다.
공장 안은 ‘와르르 쾅쾅’ 기계가 돌아가면서 옹벽 대신 쌓는 수직 블록을 만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공장장은 큰 블럭을 만드는 기계를 지나, 중간정도 크기의 블록을 만드는 기계 옆에서 바닥에 뚫린 구멍을 메우고 있다. 콘덴서를 갈았다는 말에 싸인은 시원하게 해 주면서 또 한 가지 부탁을 한다.
“휴게실에 지난번에 누전차단기가 고장이라고 했잖아요. 갈았는데도 안 돼요. 공사업자는 바쁘다고 오지도 않고요.”
“그래요? 내 다음에 오면 누전되는 곳이 있는지 볼 게요.”
우선 뜨거워서 여기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싸인한 점검기록표를 사무실에 전해 주고 차로 돌아와 몰고 나왔다. 역시 텅 빈 마당에 내가 차를 빼면 사무실 앞에 차 한 대만 남아있다. 빙 둘러 마당 가로 직원들이 타고 온 차들은 많아도 사람은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해결했다. 콘덴서를 갈아봤다. 간 콘덴서에 전류도 잘 흘러 역률도 잡을 것이다. 이건 본래 갈라고 수용가에 이야기만 하고 말아야 하는데, 수용가는 그걸 갈려면 공사업자를 또 불러야한다. 공사업자는 그냥 오겠는가? 누전되는 전등선을 손봐 달라는데도 바쁘다고 잘 오지 않듯이, 콘덴서 하나 갈자고 공사업자를 불러도 하세월일 것이다. 간단한 작업이라고 안전관리자가 갈아 주는 것이다. 날은 더운데 공짜로, 써비스로 해 주는 일에 에너지를 다 쏟았다. 기진맥진이다.
회사에 돌아왔다. 이제 하루 점검한 것을 정리를 하고 퇴근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다. 들고 퇴근하는 가방이 없다. 거기에는 물병이 타 먹는 간장소금병에, 가끔 먹는 비타민 몇 개에, 머리빗에, 물병 하나에, 절편 한 도막만한 썬크림 하나에, 격주간지인 Time지 반 접은 책 한권뿐이다. 거기에 수용가 주소록과, 수용가에 전해 줄 정기검사합격증과. 찾아갈 수용가를 표시한 지도와, 직무고시를 한 서류가 몇 개 들은 파일철이 하나 있다.
“이 조그만 차에서 이게 어디로 갔을까? 조수석 의자에 놓고 보는 것이라서 차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데, 이게 어디로 갔을까?”
지난번에 열쇠 잃어버렸다고 차를 온통 뒤지듯이 또 뒤졌다.
“차 열쇠는 작기나 하지, 이 가방은 그래도 도서관에 갈 때는 매고 가는 건데, 어디로 갔을까?”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다. 의자 밑이고, 조수석 앞 주머니고, 혹시 뒤로 흘러갔나 하고 차 뒷문을 열어 상자 안팎을 다 뒤졌다. 없다. 퍼득 생각이 하나 났다.
하루는 퇴근을 하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퇴근하며 운전을 할 때 차에서 충전되라고 꼽았던 무선통화기를 충전 코드에서 제거하고, 충전하던 후레쉬도 빼고, 집에 가져갈 가방도 챙기고 하느라고 부산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뜬금없이 얼굴 하나가 나타난다. 막 조수석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 참이다. 썬팅이 되어서 어둑했지만 눈이 마주쳤다. 밖에서 먼저 화들짝 놀라더니 차 뒤로 사라졌다. 나도 따라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어 볼레도, 차 문을 열려고 한 추리닝을 입은 청년은, 30대 쯤 되어 보이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진다. 차는 섰는데, 사이드밀러는 접히지 않아 문은 잠기지 않은 것을 알고는, 차를 털 생각이었다. 아직 사람이 내리지 않은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급히 사라진 것이다. 뒷통수가 220V 전기 쏘인 듯이 찌릿했을 것이다.
내가 콘덴서를 가느라고 온 정신이 팔렸을 때, 누가 차 문을 연 것이 틀림없다. 내 썩은 차에 뭐가 들었다고 넘보느냐 말이다. 차 문을 열어 봐야 가방 채로 메고 판넬에 가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조수석 앞 차 서랍에는 점검기록표 용지와 점검한 기록표 싸인 받은 것뿐이다. 차 뒤에 과수원에서 쓰는 과일 상자에는 쓰다 만 배터리 몇 개와, 장화 한 켤레와, 파워프즈 갈 때 퓨즈 당기는 리드봉 하나와, 리드봉에 묶어서 남은 전기 방전하는 접지선이 전부다.
조부장 같으면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니까 들고 갈 물건이라도 있다. 이과장 같으면 배낭을 메고 다니니까 뭐 담긴 것이라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달랑 도시락 가방만 한 것 하나다. 뭐 이 작은 가방에 쓸만한 것이라도 들었을까봐 그걸 들고 가느냐 말이다. 내가 콘덴서를 가느라고 판넬에 내 전부를 묻었을 때, 내 차는 온전히 타인의 소유였다.
지난 8월 30일이란다. 마포대교에서 한 여성이 자살을 하려고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옆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죽으려는 사람을 구조하려고 하지 않고, 옆에 놓아 둔 가방을 들고 도망을 갔단다. 죽으려고 했던 사람의 가방에 혹시라도 돈이라도 들어 있을까하고 그랬단다. 오죽하면 죽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의 가방에 들어 있으면 얼마나 들어 있었겠는가? 거지 똥구멍에서 나오는 콩나물을 뽑아 먹지....
가방이야 다른 걸 사용하면 그만이다. 내가 방문하는 수용가의 명단이 거기에 다 들었다. 파일에 든 개인정보가 사기꾼에게라도 흘러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가 걱정이다.
“전기는 용서가 없지만, 난 널 용서한다. 다만 거기에 담긴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용해 사기를 치지 않을 때 만이다. 별것 없는 줄 알았으면 그 선에서 폐기를 해라.”
속으로 되뇌고 말았다.
끝까지 꼼꼼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내가 차를 잠그지 않았으면서, 하나님에게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기도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말이다. 전기에 상극인 장마는 지나갔지만, 날은 참 뜨거웠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태양보다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