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에세이
이번 여름 치과 치료 때문에 시댁에 15일간 머무른 적이 있었다. 예전에 치료했던 임플란트 치아에 AS를 받아야 했다. 종로3가역에 있는 치과에서 치료받아야 했기 때문에 경남 양산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경기도에 있는 시댁으로 가서 지내기로 했다. 세상 편한 내 집을 떠나 형님댁에서 2주동안 지내는 일이 남들 보기엔 쉬운 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언니같이 편하게 대해 주시는 형님이 좋고, 조카들도 딸과 잘 지내 주는 사이여서 즐겁고 괜찮은 휴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딸도 예민한 성격이 아니라서 내 집이 아닌 불편함은 그냥 저냥 넘어가는 편이다. 2주의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느꼈다. 내 집이 이렇게 심리적으로 편하다니!
2주 동안 보고 싶었던 작가님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에서 책도 실컷 봤다. 만족스러웠고 휴가다운 2주를 보냈다. 그런데 집에 왔는데 이 정도로 집이 편했나? 심리적 안정감이 편안함과 함께 만족감을 불러왔다. 먼저 화장실에 물건이 적다는 게 정말 좋았다. 샴푸 컨디셔너 비누 치약 칫솔 모든 것이 한 가지씩 있다. 선반 위가 넓다. 형님댁은 선반이 우리 집의 2배 였으나 욕실 물품으로 물건이 꽉 차 있어서 다른 물건을 올려 둘 수가 없었다. 우리 집 화장실엔 200ml 샴푸 하나 있는데 그곳은 1l짜리 대용량 샴푸 린스 샤워젤, 각종 청소 용품과 약품, 폼 클렌징 클렌징 오일등 종류별로 3개 이상씩 있었다. 수납장은 우리 집의 4배인데 알록달록 물건들이 다양하게 적재되어 있었다. 모두 매일 쓰는 물건이 아닌 데도 쭉 늘어놓고 쓰는데 수납장 안에도 빈틈이 없었다. 매일 몇 번을 그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현란한 색깔의 욕실 물품으로부터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우리 집 화장실이 필요한 만큼만 딱 구비되어있는 호텔의 어메니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만 예로 들었으나 집안 모든 물건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나를 보고 정리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내 물건들이 아니었기에 손을 댈 수가 없었는데 그렇게 물건이 너무 많은 것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남았던 듯 하다.
호텔이 주는 아늑함은 필요한 물건만 있기에 가능하다. 피로를 풀기에 딱 알맞은 몇 가지 물건만 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없는 곳. 일상을 생활로 누려야하는 나의 집이 호텔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되려면 물건의 수를 줄여야 한다. 정말 사용하고 있는 물건만 두어도 여유 공간이 많아진다. ‘모든 정리의 기본은 ‘비움’이고 그 시작은 ‘버림’이다.’는 진민영 작가의 문장을 좋아한다. 쓰지 않고 언젠가 써야지 하고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물건으로 인해 여유 있는 여백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비워두는 여백이 있어야 그 여유공간만큼 상쾌함을 누릴 수 있다. 누구나 각자 라이프 스타일에 알맞은 물건의 갯수가 있듯이 대가족은 대가족대로 가족 구성원이 사용하는 물건만을 선별해 정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불필요한 물건이 자리하지 않도록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된다. 나는 정리를 잘하지 못해서 수납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건에 자리를 정해주고 사용 후 그 물건 자리에 두는 것이 나의 정리 방법이다. 용도별로 칸을 나누어 네임텍을 붙이고 분류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분류할 만큼 물건이 없으면 그 일을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사용하는 물건은 집에 한가지씩만 둔다. 수납을 위한 수납장 사는 것을 지양 한다. 수납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정리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다.
지금 불필요한 물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비우러 가볼까? 물리적으로 여유공간을 한뼘만큼이라도 가져보자. 정서적으로 한뼘만큼의 여유를 누릴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