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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치유의 공간 법기수원지

양산 이야기 1

by 오늘

2022년 초여름. 지인의 추천으로 법기수원지를 처음 가 보았는데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설렘이겠지?’ 했다. 요즘도 일이 바빠 마음의 여력이 없다고 느껴질 때나, 자연의 숨결 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날이 되면 ‘법기 수원지’를 향한다. 푸르른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법기수원지는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법기로’의 끝자락에 닿아있다. 그곳은 지친 나를 충분한 휴식으로 인도해 주는 편안하고도 자상한 숲이다. 수원지 입구부터 높게 솟아오른 측백나무, 편백나무, 개잎갈나무가 높이 30~40미터에 장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웅장한 기세에 감탄하며 한 걸음씩 들어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가 그저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이 수원지는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착공되었고 1932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5년 동안 피땀 흘려 공사를 했던 분들의 수고가 내 마음에 감사히 다가 온다. 오랫동안 상수원의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 되었고 부산 선두구동, 노포동, 남산동, 청룡동 일대 7천 가구의 식수원으로 사용 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 속에는 드물게 보이는 나무와 이끼들이 살고 있다.

수원지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둑 위에는 130년 이상 된 반송나무 일곱 그루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거대한 반송은 수원지 조성 당시 어른 스무 명이 힘을 합쳐 댐 위로 옮겨 심었고, 옮길 당시에도 이미 나이가 지긋했던 나무라고 한다. 내 앞으로 펼쳐진 절경은 오랜 세월과 노력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수원지 둘레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30분 남짓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그러나 걸음을 재촉하지 않게 된다.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저수지와 어우러진 녹음과 물결 위의 반짝이는 윤슬, 그리고 미묘하게 바뀌는 하늘의 구름이 둘레길을 걷는 동안 자연의 갤러리를 감상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산책로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어 앉아 쉴 수도 있다. 그곳에 잠시 앉아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평소의 소란함과 복잡했던 마음이 바람에 실려 사라지는 듯 하다. 한동안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다해 살아냈던 나를 다독여 주고 고요히 바라봐 주면서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어간다.

둑 한 켠에 앉아 저수지의 물결을 바라보면, 하늘을 비추는 맑은 거울 같다. 그 그림같은 풍경 자체가 자연이 주는 커다란 위로로 체감되어 감사함이 깃든다. 법기수원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1273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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