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평일엔 거의 방문객이 없는 우리집에 초인종이 울렸지.
화면을 보니 한 여자 분이 서 계셨어. 엄마는 문을 열고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 물었어.
아주머니는 접시에 담긴, 직접 담근 김치를 보여주셨어. 어머니가 고추랑 배추 등 모든 재료들을 직접 재배해서 김장을 하셨다면서 정성이 들어간 것이니 잘 드시면 좋겠다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김치를 덜고 접시를 달라고 하셨어. 아마 접시를 바로 가져가지 않으면 부담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혹시 기억하니? 두 달 쯤 전에 윗집 아주머니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잠깐 대화를 한 적이 있었지. 그때 윤아도 같이 있었던 것 같아. 층간소음이 없냐고 물으셔서 가끔 발소리가 날 때도 있지만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윤아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했잖아. 그런데 그게 마음에 남으셨는지, 미안해서 가져왔다고 하셨지. 감사히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어.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요즘,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어. 엄마가 어릴 때는 이웃집과 참 친하게 지냈거든. 먹을 게 생기면 나눠 먹기도 하고, 집이 비어서 아이가 갈 곳이 없을 때 봐주기도 하고, 갑자기 식재료가 떨어지면 얻으러 가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멀리 사는 사촌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이웃 사촌’이라는 말도 있었던 거고..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파트 한 달에 한 번 같은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반상회라는 것도 있었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삶이 바빠지고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면서 서서히 이웃간의 소통도 줄어들었던 것 같아. 요즘에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도 서로 인사를 안하는 경우도 많잖니? 그런데 어제 그런 일을 겪고 보니 흉흉한 뉴스들 때문에 내가 너무 마음을 닫고 살았나 싶었어. 그래서 이웃들에게도 좀더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웃들끼리 서로 마음을 열 때, 세상은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될거야. 윤아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