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수필
산에 오르다 보면 꼭대기쯤 도달했을 때,
누구랄 것도 없이 “야호~!” 하고 외치게
된다.그 순간 머릿속이 개운하게 맑아지고,
찌뿌듯하던 몸도 슬슬 풀리는 것 같다.
팔, 다리, 목. 온몸 구석구석에서 ‘쏴아~’
하고 시원한 기운이 퍼지는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마운틴 오르가즘이란 거다.
무슨 야한 소리가 아니라, 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쓰는 말이다.
오르가즘이 꼭 침대 위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산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 머리
에서 발끝까지 퍼지는 희열.그 기분은
아마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게 별거 아닌 듯해도
삶의 낙이다.하루하루가 그저 생물학적인
연명일 뿐인 몸살 환자, 장애자 인생살이
중에 그나마 이 산행이란 게 기적 같은
활력소가 돼준다.
그러니 '마운틴 오르가즘'이라고 이름 붙
인다고 해서 혀 끌끌 찰 일도 아니다.요즘
내 몸은 뇌출혈 후유증으로 머리도 팔도
다리도 각자 제멋대로다.서로 말도 안
듣고,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
그 와중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정신적 쾌감을 찾아보지만,솔직히 그건
시원하게 터지는 맛이 좀 부족하다. 뭔가
꾹 막힌 느낌이랄까.그래서 결심했다.
몸이 이래도 산으로 가자! 러브 오르가즘
까지는 아니더라도, 산행의 쾌감 마운틴
오르가즘 정도는 느껴보자!
숲 속 맑은 공기, 졸졸 흐르는 물소리, 따끈
한 바위에서 올라오는 원적외선과 음이온.
이런 자연의 품에 안겨 땀을 흠뻑 흘리면,
나 같은 할배에게도 어느 정도 정(情)이
살아날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는 ‘병신 꼴값’이라도 해보
자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 지팡이 짚고 집
을 나선다.두루미걸음, 가재걸음, 궁둥이
따로, 팔 다리 따로 노는 몸뚱이지만,
그래도 한 걸음, 또 한 걸음.가까운 산책길
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거리를 늘려본다
.
남들 눈엔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나는
지금 마운틴 오르가즘을 향한 정열적인
등정 중이다.지팡이에 몸을 맡기고 헉헉
대며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언젠가 그
정상에서 다시 한 번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야호~! 나 아직 살아 있소!” 하고.이 나이
에 이런 기분, 이런 땀방울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어쩌면 지금 내 삶
에서 가장 생생한 순간은,산을 오르며
흘리는 이 땀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나만의, 늦깎이 인생이 주는
마운틴 오르가즘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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