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가짜 아버지의 부성애(父性愛)
지나간 삶 중에 기억과 감정을 소환해보면
나는 일흔 가까운 나이에 쉰다섯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하나 두게 되었다. 계산해
보면 내가 열네 살에 낳아야 하는 셈이
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는 진짜 아들이 아니라, 마음으로 얻은
아들이었다.지적장애가 있는 그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홀로 이 마을에 정착해 동네
사람들의 품에 안겨 살아가던 존재였다.
늘 침을 질질 흘리며, 꼬지 사탕을 문 채
"아바디! 아바디!"하고 나를 불렀다.
처음엔 우스워서 말렸지만, 어느새 그는
진심을 품고 내 곁에 와 있었다. 나는 그가
부르는 대로 이미 그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그는 세상과 어긋나 있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수 했다. 엉뚱하고 때론 눈치
없지만, 밥 한 끼 얻어먹으면 천년의 은혜
처럼 기뻐했고, 누군가의 손길이 닿으면
그 손을 꽉 붙잡았다.
그의 웃음은 맑았고,그 맑음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 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오후,
그는 울면서 내 집 문을 두드렸다.
“아바디! 아바디!”
눈물과 콧물, 침까지 범벅이 된 얼굴로
“저는 절대로 다방 아가씨 젖가슴 만지
지도 않았고, 팬티도 안 가져갔어요!”
라고 소리 쳤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무언가
큰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었고, 나는
아버지로서 그 공포를 먼저 껴안아야 했다.
잠시 후 지구대에서 경찰이 찾아왔다.
그는 다방 여성을 성추행하고 속옷을
훔쳤 다는 혐의로 신고를 받은 것이다.
나는 경찰 앞에서 단호히 말했다.
"이 아이는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마음은 일곱 살, 삶은 혼돈 속에
있는 아이입니다.
저는 이 아이를 믿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경찰에게 통하지 않았다.
“야, 인마! 브래지어 어디 숨겼어?”
그들은 그를 윽박질렀다.
그는 울부짖으며 “몰라요! 몰라요!”를 반복
했고, 결국 소란죄까지 뒤집어쓴 채 수갑을
찼다. 나는 마지막 희망으로 물었다
.
“얘야, 네가 자랑하던 저금통장 어쨌니?”
그는 울면서 속삭였다.
“그 가시나가 보여달래서 보여주고 장판
밑에 숨겨 놨어요…”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그 방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는 아가씨 옷장
에서, 저금통장 과 도장은 화장대 서랍에서
나왔다.진실은 거기 있었다.
그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 사건
은 그의 순수한 마음에,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새겨놓았다.
무지와 오해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인
한 사람을 괴물로 몰아가는 데 아무런
거리낌 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도 그는
나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아바디, 아바디…”
나는 그 품을 조용히 감쌌다..
마치 겨울 햇살처럼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나는 진짜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외면한 한 아이의 마음을
나는 진짜로 안아주고 있다.
그 아이의 웃음 하나, 손길 하나가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순수한 삶 앞에서, 오늘은~
나는 진짜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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