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시
이런 체험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슨 돈벌이가
되어서도 아니고, 저 같은 경우는
그저 살아온 삶의 조각을 담아
내는 일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직장 생활 중 순환
보직으로 여러 지역을 떠돌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마다 메모해 두었던 일기장
속 이야기들을 이제 늙깎이가
되어 하나. 둘. 꺼내봅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장면들,
가슴에 오래 남은 냄새와 소리와
느낌을 글로 옮겨보곤 하지요
그중 하나,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쯤,
경남 진주 외곽 어느 시골 마을
에서 겪은 일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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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경남 진주 변두리
*동기: 춘란 채취 및 강돌(수석)
탐석
*계기: 목이 말라 물 한 사발 얻은 려고
시골집 삽짝문을 열고 마당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방문하게 됨.
그날은 해가 늦도록 저물어 라면
몇 봉지를 드리고 당시 8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던 할아버지와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요강 뚜껑 여닫는 소리에 잠을 깨
한참을 할아버지 등을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할머니는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는
외로운 독거의 시간을 살고
계셨습니다.
===
<후속 이야기>
1년쯤 뒤 다시 그 집을 찾아가
보았더니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
하고, 집은 폐가가 되어 있었습
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홀로
이 삶들을 마감할지도 모릅니다.
그날 밤의 대화와 정적이 내겐 참
섭섭하고 짠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 한 편을
신문사와 잡지사 등에 기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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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의 시, 입니다
"호롱불의 애모"(哀慕)
대청마루 호롱 할아버지 떠난 임자
회상하네 두 손 모아 심지 잡고
어둡어둡 삽짝 문만 쳐다보네,
새벽 꼬꼬 울기 전에 곰방대 씹어
물고 쭈글쭈글 눈까풀에 이 골
저 골 한(恨) 이슬 맺혀오네,
이심전심 때 꼬장물 그리움에
뿜어 날고 둥글넙적 놋쇠 요강
슬금 슬쩍 훔쳐보다 부끄러운
아랫도리 슬그머니 움찔거리네,
봉창 틈새 누가 볼라 퍼뜩 호청
덮고 호롱이가 나풀나풀 지그시
내려보니 임자 모습 아련하네,
여보 임자 임자 나요
허공 보고 엎어지고
껴입은 소매 적삼 여기저기
훔치며
나도 시방 갈 데니깐
임자 생일 오늘 맞지
어이어이 날 델고 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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