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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힘

손글씨가 주는 반가움과 위로

by 시나브로 모모 Mar 17. 2025

우체통을 열었다. 고지서가 아니라 엽서가 네장이나 들어있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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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다.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난다 일년 전 겨울이...


우리는 일년에 두번 방학 때 가족여행을 가는데 작년에는 대구여행을 했더랬다 가끔 느린 우체통이 보일 때가 있는데 우린 재미삼아 엽서를 쓴다.

친구에게 써도 되는데 궁금한 건 못참는 우리라서 대부분 자신한테 보낸다.

지난번 진주여행 때도 하모 캐릭터가 새겨진 귀욤진 엽서에 편지를 썼더랬다.

 작년에 유독 추웠던 대구 어느 공원 언덕배기에서 빨갛게 언 손 녹여가며 한줄한줄 썼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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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다가 찾아오는 편지는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기분좋은 놀람이다. 

깁스한 채로 대구여행이 고생길이었던 둘째의 목소리가 담기고,

NBA농구 선수가 꿈인 첫째의 불붙는 열정이 담기고,

나의 히스테릭 짜증을 받느라 보살이 되어가는 남편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기고,

치열한 속도와 뚜렷한 방향없이도 그저 괜찮다는 위로가 담긴다.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각자의 마음이 튀어나오는 게 재미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묵힌 후에 전하는 메시지가 좋다.


김영란법 이후 꽃한송이, 음료수 한병조차 제자들에게 받지 않지만 편지는 요구(?)한다.

아주 당당하게!!!!

"너희들이 선생님한테 고마운 거 알아! 근데 그 마음이 보이질 않잖아~~

그러니까 보여줘야지 글로~~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편지로 알려주세요 거기다 문학시간에 배운 비유와 상징을 써서 함축적 의미를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녀석들은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편지 속에서는 슬그머니 진심을 꺼내든다.

얼굴 보고는 절대 할 수 없는 낯간지런 표현도 서슴지 않는 용기를 보인다.


SNS와 카톡과 이메일이 절대 줄 수 없는 꾸덕한 마음의 결들이, 진심의 소리들이 편지에는 있다.

그렇다고 편지를 타인에게만 보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에게만 보내지 않는다.

나에게  쓰는 편지는 일기가 될 것이요,

수신자 없는 편지는 그리움이 되어 멀리멀리 날아가겠지.


난 가끔 예전에 받았던 편지들을 읽어본다.

 그 속에는 과거의 내가 살아있다 화석처럼...

사진이 모습만을 박제한다면

편지는 여러 사람이 말해주는 나의 조각들이 남아있다.

해맑은 웃음의 조각,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의 조각, 누군가에 받았을 상처의 조각....

받은 편지들이 많다는 건 나 역시 많은 편지들을 보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 손을 떠난 그 말의 조각들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위로가 추억이 된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니 여러분

오늘은 친구에게, 부모에게, 자식에게,

좋아하는 작가에게, 아끼는 물건에게,

곁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그도 아니면 나에게

한 자 적어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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