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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의 유혹

by 느린 발걸음


날씨가 추워지면 저절로 생각나는 뜨끈뜨끈한 음식.

추워서 호주머니에만 있던 손을 겨우 꺼내 따뜻한 음식을 집어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베어 물면 그 따스함이 속까지 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쌀쌀해진다 싶으면 그리워지는 음식들이 있다.

군고구마, 붕어빵, 호빵, 어묵 국물.

어릴 때는 이런 음식 파는 곳이 길거리에 꽤 많이 보여서 언제든 먹고 싶으면 용돈을 아껴서 먹었다.


그런데 그런 음식들이 하나 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서다.

고구마를 사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30분 만에 노릇노릇한 군고구마가 된다.

호빵도 마트에 파는 것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뜨끈뜨끈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예전엔 가게에 호빵 기계가 있어 하나씩 꺼내서 샀는데, 지금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어묵은 떡볶이 가게까지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요즘엔 밀키트가 잘 나오니 집에 미리 사놓았다가 언제든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다.

붕어빵은 붕어빵 기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생각했으나 요즘엔 냉동 붕어빵이 나온다.

미니 사이즈긴 하지만 그걸 사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으면 얼추 비슷한 맛이 난다.

편하고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 만큼 예전에 느꼈던 추억을 나누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다.


두 아들이 태어나고 아주 가끔 붕어빵이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냉동 붕어빵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때 (아마 그땐 아직 판매되기 이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붕어빵 가게에 가서 가끔 먹었다.

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팥을 좋아해서 팥 붕어빵을, 두 아들은 팥을 싫어해서 항상 슈크림 붕어빵을 먹었다.

그런데 거리가 좀 있어서 귀찮아서 많이 가지는 못했다. 사장님도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으셨다.

그래도 동네에 붕어빵 판매하는 곳이 그곳밖에 없어서 장사는 꽤 잘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집에서 3분 정도 거리, 초등학교 근처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기면서 그곳 사장님이 붕어빵도 함께 판매하시기 시작하셨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근처에 병설유치원, 어린이집도 있어서 그곳은 아이들을 유혹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추운 날씨에 붕어빵 냄새가 솔솔 풍기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그곳에 자석처럼 몰려들었다.

오픈하고 초반엔 빨리 매진돼서 사 먹고 싶어도 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처음 붕어빵 장사를 하셔서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을지 예측하지 못하셨기에 그랬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장님도 조금 숙달되셨고, 양도 예전보다는 넉넉하게 준비하셔서 우리가 갈 때는 항상 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도 처음엔 팥과 슈크림 붕어빵만 있었다. 여전히 두 아들은 슈크림 붕어빵만 찾았다.

예전에 먹었던 곳보다 여기가 더 맛있다고 하면서. 뭐, 거리도 가까운데 맛있으면 다행이지.

집에서 냉동 붕어빵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주면 가게에서 파는 맛이 나지 않아서 맛이 없단다.

그래서 한 개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 나는 그냥 먹는데.


그런데 그 가게에 새로운 맛의 붕어빵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코 붕어빵이 생기더니 이번엔 피자 붕어빵까지.

두 개는 가격이 좀 나간다. 팥, 슈크림은 600원인데, 초코, 피자 붕어빵은 1,000원이다.

아, 솔직히 좀 비싸지 않나? 싶은데 오른 물가와 재료값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붕어빵집을 일주일에 두 번은 지나가는데, 그때마다 사달라고 한다. 특히 둘째 아들이.

자기는 붕어빵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이름도 '붕이'라고 짓고는 오늘도 붕이를 먹어야 한단다.

사장님께 자기는 붕이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형 것까지 피자 붕어빵을 두 개를 시킨다.

더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내가 한 개로 제한한다. 항상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얘기를 해서.

사장님도 친절하신 데다 둘째가 인사하고 그러니까 반갑게 맞아주신다.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도 오겠다고 얘기하는 둘째 아들.

이제 3월이어서 조금만 더 하시고 들어갈 것 같은데, 아쉬워할 것 같다.

그런데 붕어빵은 날씨가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니까 조금 아쉬워하겠지만 다른 것들을 먹으면 금방 잊어버리겠지?

그러고 보니 나는 올해 생각보다 붕어빵을 많이 먹지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자주 먹어서 그런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서다.


붕어빵의 유혹에 번번이 넘어간 두 아들.

그래도 추운 날씨에 몸을 따스하게 데워주기에 그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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