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인생을 다큐로 사시고 계시네요. 삶이 너무 진지해요."
첫째 아들 미술치료 심리상담을 위해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나에게 선생님이 하신 얘기다.
앗! 어떻게 알았지?
속으로 놀라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일 때도 있어요."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난 '자녀 양육태도 자가진단 테스트, 자아방어기제 유형테스트' 두 가지만 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선생님은 자녀 양육태도는 감정 수용형으로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다만 내 삶을 다큐로 산다면서, 유머가 하나도 없단다.
이럴 수가... 유머가 하나도 없다니... 나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테스트를 할 때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이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건조한 유머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인생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다 '나 너무 진지하게 인생을 살고 있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진지한 삶은 재미없다고 느낀다는 얘기가 아닐까.
나 원래 재미있는 것 좋아한다. 예전에는 유머집도 찾아볼 정도였는데...
언제부터 웃음이 슬며시 뒤로 빠지고 진지함이라는 녀석이 내 삶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그렇다고 웃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웃을 때는 웃는다.
그 깊이가 예전처럼 깊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두 아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저게 뭐가 재밌을까 싶은데, 둘은 웃음이 한가득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두 아들과 남편은 웃긴 이야기도 하고 웃긴 표정도 잘 짓는다.
나는 살짝 멈칫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멈칫하고 있는 나를 알아채면 어이가 없다.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그래도 그 순간을 뛰어넘어 덩달아 동조할 때도 있지만, 타인에게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타인의 시선을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살아온 탓이겠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자존감도 약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힘들면 무너질 수 있다고... 혹시 우울한 감정이 들지는 않냐고 물어보셨다.
둘째 낳고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그 이후 한 번씩 우울이라는 감정이 찾아오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어떻게든 잘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구나. 한 번씩 무너지는구나.
감정이 바닥으로 치닫아 모든 것에서 의욕이 없을 때가 여전히 있구나.
자존감 약한 것은 알고 있어서 조금씩 채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멀었나 보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깊이 있게 보여주니까.
그런데 내 삶이 다큐멘터리 같은 것은 왜 싫을까?
다큐가 재미없고 진지하며 건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태생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라면서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로는 방향 전환이 어려워 보인다.
예전엔 유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은 적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면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내 본능을 거스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것이다.
내 삶이 다큐 같다면 내가 그 다큐에 다양한 색과 감정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다큐 같은 인생도 다양하고 풍부한 것을 보여줄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데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이 경험해야겠지.
무서워서 숨을 때도 있겠지만,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최근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다큐에 여러 색을 입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