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세포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연애라는 단어, 연애 세포가 활동을 시작했다
'연애'라는 단어는 나와는 거리감이 먼 단어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연애를 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애인을 만들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한다.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분명히 외로움을 많이 느꼈었다.
그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적어도 작년 2023년은 나의 암흑기였다. 지금도 버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버리는 시간이자 앞으로는 다시는 목도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고, 어쩌면 큰 깨달음을 주었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는 외로움도 사실 그렇게 많이 느낄 여력도 없었다. 소개를 한 번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기계적으로 연애하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거니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놈의 연애 세포 반응을, 삘을 내가 느끼지 못하면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둘러 없던 일로 만들었다.
요즘은 다 좋은 것 같다.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여력도 생기고, 직업과 경제활동에 대한 깊고 어두운 고민에 대해서는 적어도 방향성을 다시 잡았다. 더 이상 억지로 맞지도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며, 내 삶의 목표 설정을 내가 주체가 되어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꼭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들어서 연애 세포가 활동을 시작했다. 봄이 온 김에 기지개를 피는 것도 아니다. 행복과 행운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나로는 새로운 상처의 시작점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은근히 긍적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싶기에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떠한 자신감과 틀린 적이 거의 없는 촉을 분명히 느꼈었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믿어보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연애 세포가 활동을 시작했다.
나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이지 나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쭉 풀면 한 권의 명작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적는 문장이 아니기에, 짧고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나에게는 연애에 있어서 징크스 같은 것이 있다.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징크는 아닐 것이겠지만, 나는 내가 다가가면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다가오는 사랑이라고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사랑의 감정이 들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서로 엇갈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을 잘못한 적도 있다.
경쟁에서 밀린 적도 있다. 정말 어릴 적에는 가난 때문에 밀린 적도 있다. 차라리 외모로 밀렸으면 덜 슬펐을 것이겠지만 결국 어떠한 장점이나 면모를 떠나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못 느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당시의 상대방이 속물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능력과 외모에 호감을 더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 조건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이 아닌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슬픈 것은 내가 용기를 내지 못했던 순간과, 늦게 알아차린 순간들이었다. 그러한 후회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 용기를 내보려고 했지만, 현재는 어쩐지 용기가 과했던 것 같기도 한 상태이다.
조건을 많이 따지는 나는
돌이켜보면 정말 심각했다. 그러니 용기도 잘 안 났거니와 좋은 인연이거나 기회였음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정작 나 자신은 그리 잘나지도 못했으면서 어느 정도의 외모, 직업, 학벌, 느낌, 대화, 물리적인 거리까지. 물론 중요한 요소겠지만, 정말 이 모든 것을 따졌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언제나 슬프고 실패였던 것 같다. 조건을 따지고 계산을 먼저 하니 본질인 사랑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인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어진 행운을 받아들 수 없었던 것 같다.
개 버릇은 남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이제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무조건 거짓말이다. 눈이 높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랑은 이루지지 않을뿐더러 내가 다가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나는
많은 조건 같은 것들을 앞으로도 따지기는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화를 해보면 사실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다른 부분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다. 오히려 더욱 마음이 깊어진 적도 있다.
지금의 나는, 현재 나의 연애 세포 활동은 사실 대화가 매우 생략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잘못된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감정이 끌리는 대로,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본질에 가까워도 무방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그리고 내가 연애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목도할 때 본질에 가까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소중한 순간과 정황을 오롯하게 받아들이고, 다가가고 싶고,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