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그러지는 않지만, 그러고 싶었다
평소에는
평소에는 봤던 콘텐츠를 다시 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동기들과 함께 제작한 단편 패러디 영화는 추억에 이끌려 여러 번 봤고, 정말 좋았던 작품을 보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물론 이미 보고 또 봤지만, 또 보고 싶은 영화와 소설은 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정말 보고 싶을 때 볼 생각이다. 그래야 그 감동을 최대한 덜 무뎌진 상태로 받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소설을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아껴 읽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와는 다르게 몇 편의 소설과 영화는 조금 더 나중에, 절실하게 다시 보고 싶을 때, 그리고 그 당시의 정황과 맞아떨어질 때 볼 생각이다.
지금의 나의 정황과
잘 맞다고 생각해서 최근에 세 편의 영화를 다시 봤다. 한 편 빼고는 사실 몇 번을 더 봤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다.
그냥 TV에서 하길래 다시 본 적도 있고, 본능적으로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다시 본 적도 있지만, 정말 아껴두었다가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은 아니었다.
활동을 다시 시작한 연애 세포에게 주는 선물이자, 너무도 무뎌진 나의 연애 지식과 관점에게 투여하는 자극 촉진제와 같은 의미로 세 편의 멜로 영화를 봤다.
촉진제는 촉진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바보가 되어있고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렌즈나 거울에 가까웠다.
다시 봤더니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새롭게 보이는 관점들, 작품이 제작된 당시와 작품 속의 시대상을 바라보며 느껴지고 드는 생각 등, 비단 멜로 영화를 보고 싶은 나의 정황을 떠나서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확실히 여러 번 봤던 영화는 예전에 느꼈던 즐거움이나 감동 같은 것들이 덜 느껴지기도 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것과, 무한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은 조금이라도 무뎌지기 마련이기에.
다시 보니
두 번째로 본 영화는 지금의 나의 정황과 정서에도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면모도 볼 수 있어서 즐겁게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보니, 다시 보고 나니,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의 정황과 정서, 그리고 결말과 영화라는 콘텐츠와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해피 엔딩이나 새드 엔딩에 대해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에서는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나의 이야기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콘텐츠와 현실에 대한 거리감이 걱정과 동반되어 다가왔다.
그냥 리얼리즘의 한 이야기 속으로 나라는 인물이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영화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해피 엔딩이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이든 영화 인물이 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정황에 나를 맡겨야 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현실에서는 나라는 인물이 이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정하거나 개척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고로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이 정황에서 조금 더 집중하고 움직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