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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Apr 11. 2024

우리 동네

이제는 바뀌어 버릴 '우리 동네'



  23여 년 정도


  군대 21개월, 대학 생활 5년, 3주 정도의 방황 생활을 하기 위해 잠시 떠나서 지낸 시간들까지 모두 포함하여 계산한다면 나는 이 동네, 우리 동네에 23여 년 정도 살았다.

  동네에 실질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7여 년의 시간 동안에도 방학과 휴가일 때에도 같은 동네, 같은 거리를 걸어 다녔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이겠지만, 이 동네가 지겹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고 오히려 이 동네에 쭉 지내고 싶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요즘은 조금 더 어른이 되기 위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동네'를 기점으로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같은 동네'에서 알아본 보금자리는 중개인과 예비 임대인이 주는 부족한 신뢰성과 너무 좁은 환경으로 인해, 우리 동네가 아닌 옆 동네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기로 하고 준비 중에 있다.




  행정구역은 신호등 하나 차이로


  23여 년 동안 '우리 동네'에서만 이사를 네 번이 다녔다. 물론 개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네 번의 이사를 겪으면서도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그저 옆 단지, 옆 동으로 이사를 다녔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군 입대 전까지 네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모든 거주지가 걸어서 5분에서 10분, 한 번은 2분 거리로 이사를 다녔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은 신호등 하나 차이로 행정구역이 바뀌어 버렸다. 고로 서류상으로는 같은 동네가 아닐지라도 신호등만 건너면 같은 동네 친구가 있고, 같은 동네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같은 동네', '우리 동네'로 분류하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같은 동네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면서 바뀌어버린 서로의 직업과 입장 처지 등으로 인해 동네 친구들을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누군가가 어떤 친구냐고 물어본다면 어릴 적부터 친구라는 말과 더불어 동네 친구라고 꼭 설명할 것 같다.



  새로운 보금자리, 옆 동네


  특별한 사건이나 문제가 없다면,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정도 떨어진 옆 동네로 보금자리가 옮겨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우리 동네'가 바뀌고 지금까지 살던 동네는 '전에 살던 동네'가 될 것이다. 추억은 거의 변하지 않겠지만, 추억을 분류하는 관점이 '우리'에서 '전에 살던'으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우리 동네'에서 추억을 쌓게 될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곳을 들렀다가 잠시 동네 산책을 했다. 앞으로 지내게 될 모습을 떠올리는 동시에 23여 년간 살던 동네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지만, 새로운 동네에 대한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서 어쩐지 떠나게 될 동네의 추억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부터


  여건 때문에 새로운 동네에 보금자리를 선택했지만, 많은 고민을 했다. 앞서 말한 좁은 환경을 적응해버리고 동네를 떠나지 않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았지만, 중개인과 임대인이 주는 턱없이 부족한 신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 보금자리의 환경도 좁기는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만족스럽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영원한 것은 없을 수도 있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정황이 맞아떨어진다면, 지금의 '우리 동네'가 너무 그립다면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본다.


  대신 새로운 환경이 가져다줄 추억과 설렘, 그 속에서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변하게 될 나의 모든 것들과 시간들과 정황들을 반갑게 맞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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