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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치학교를 상상하다

은하수학교를 소개합니다 (2)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100년 전, 사람들은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통해 미래를 상상했다. 그들이 꿈꾸던 기술 중 많은 것이 오늘날 현실이 되었다. 대형 텔레비전, 24시간 뉴스, 영상 통화, 대륙 간 항공기, 인공 강우, 심지어 우주여행까지, 당시에는 허황된 공상처럼 보였던 아이디어들이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당시 어린이들은 이 혁신적인 기술들에 가슴이 뛰었고, 성장하면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상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우리는 이를 통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상상력이 비단 과학 기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사회 변화 또한 상상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며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소셜픽션이란 특정 주제나 공간의 제약 없이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과 사회를 계획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현재 가진 자원과 한계를 고려하여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원과 한계를 넘어서서 상상하는 것이다. 소셜픽션은 후자의 접근법을 강조한다. 우리는 현재의 틀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 속에서 시작된 변화가 결국 현실을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떠한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학교를 상상해 보자. 에듀케이션 픽션(Education fiction)을 써 보자는 것이다. '청소년이 교장인 학교라면?', '경쟁이 아닌 협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면?', '학생들이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라면?' 이러한 질문들은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강력한 상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만약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디자인한다면, 그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시험도 없고, 성적도 없으며, 심지어 정형화된 수업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의 중심이 되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배움을 주도하는 모습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학교가 존재한다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이미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에듀케이션 픽션을 현실로 만든 사례가 존재한다. 경기도 몽실학교는 '청소년 공화국'이라는 교육적 상상을 실현한 공간이다. 몽실학교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군산, 익산, 광주, 창원 등으로 확산되며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핀란드, 덴마크, 아일랜드의 학교들을 참고해 상상했던 에듀케이션 픽션은 서울 오디세이학교로 현실화되었다. 서울시교육청과 대안교육기관이 협력하여 만든 이 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설계하고 삶과 연결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학교는 배움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연령이 아닌 주제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이 자치조직을 통해 학교 운영과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습을 돕는 역할로 변화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배움을 설계하고, 협력하며, 창의적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배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교육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배움을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질적인 전환이다. 우리는 이제 교육을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과정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며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자치학교는 기존 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해야 하는 것’ 대신 ‘하고 싶은 것’을 중심에 두며, 표준화된 학교 시스템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찐 학교’를 추구한다. 경쟁 없는 환경에서 정답이 아닌 탐구를 지향하며, 교육자와 교사의 주도보다는 학습자와 학생의 주도권을 존중한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민주적 자치 조직’라는 형태로 실현된다.


자치학교는 특히 “청소년이 교장인 학교”라는 상징적 모델을 통해 민주성과 시민성을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배움과 삶을 통합적으로 연결해 나간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삶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교육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변화에 뒤처질 수 없다. 이제는 청소년이 주도하고, 지역이 협력하며, 삶과 배움이 통합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학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사회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필수적인 도전이다.



※참고문헌

더체인지. (2017.10.18). 상상력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소셜픽션. http://theconnect.or.kr/b/d_art/162940

Charles Tsai (2013.2.14.) If students designed their own schools… https://youtu.be/RElUmGI5gLc?si=PPUUpPHBLJ5qk9bu

이원재의 작전타임. (2013.11.7.) 우리가 상상하면 어린이대공원이 ㅇㅇ됩니다-소셜픽션컨퍼런스 https://www.youtube.com/watch?v=xqqWfWFz0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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