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놀며 배우며
강릉살이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어린이집에서 등원하라며 연락이 왔다. 봄에 상담을 하고 대기를 걸었던 때부터 6개월이나 지난 11월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었다. 아이도, 나도 친구 한 명 없이 지내는 외로운 시간은 드디어 끝났다. 나에게도 드디어 자유의 시간이 생기겠구나. 기대 한가득 품고 처음으로 등원하던 날이 기억난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참 즐거워 보였다. 학습도, 경쟁도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다행히 새로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였다. 네 살 11월부터 다닌 어린이집, 이제는 일곱 살이 되어 어린이집의 제일 큰 형님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아이는 초침처럼 빠르게 자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일곱 살이 되었다. 네 살에 갑작스러운 이사, 새로운 어린이집, 새로운 친구들, 모든 게 다 새로웠던 환경들. 엄마의 보폭에 발맞추어 부지런히 잘 달려준 아이에게 고맙다.
아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며 매일 자연과 함께 자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다면 날마다 바깥에서 논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도랑이 흐르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나무막대기만 있으면 강태공으로 변신을 한다. 아이들은 봄에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고, 향긋한 아카시아를 따먹고 파마도 해보며 여름에는 오디를 따 먹고 입 주위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드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는다. 가을에는 황금 들판을 거닐며 익어가는 계절을 느끼고, 겨울에는 하루 종일 눈놀이를 하고 눈썰매를 타며 손, 발이 시려운 것도 잊고 날이 금세 어두워지는지도 모르고 논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은 행복하다. 온종일 행복하다. 이런 행복한 추억이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힘들고 외로운 날에는 마음속 어린 시절의 추억 상자를 열어보며 힘이 나기를 바란다. 언제든 열어볼 수 있는 추억 상자를 아이에게 선물해 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 또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그리고 다른 부모들과 함께하며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며 이런저런 감사함이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공동육아가 마냥 쉽지는 않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저마다 생각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 다르다. 그런 다른 점들 사이에서 하나의 길을 찾기까지 때로는 본의 아니게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가 바라고 가려고 하는 공동육아와 함께하는 이들이 바라고 가려고 하는 공동육아가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동육아 안에서 작지만 비슷한 틈을 계속 찾아가고 서로 마음을 나누다 보면 나와 네가 우리로 어우러지는 관계 맺음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