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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Nov 06. 2023

운전은 처음이라

겁많은 쫄보의 운전 도전기

강릉으로 이사 오자마자 운전 연수를 받았다. 면허도 겨우 딴 겁보인 나에게 운전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두발자전거를 겨우 탔던 나의 형편없는 운동신경 탓에 운전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다. 굴러가는 바퀴만 봐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대중교통이 수도권만큼 발달이 안된 강릉에서는 운전은 거의 필수인데.


연수 첫째 날은 집에서 가까운 한적한 도로를 달렸다. 둘째 날부터는 5월의 아카시아 내음이 가득한 구불구불 굽은 대관령옛길, 바닷가 특유의 짠내가 싫지 않은 주문진 해안도로, 강릉에서 양양까지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라 불리는 7번 국도까지. 강릉의 운전 연수 코스는 참 아름답고 강릉스러웠다. 그렇게 5일간 열 시간 동안의 연수를 마친 나는 남편에게 경차를 선물 받았다. 내 생에 첫 차였다. 평생 대중교통만 타고 다닐 줄 알았던 나에게도 내 차가 생긴 것이다.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 차가 생기자마자 강릉 여기저기를 신나게 누비고 다니는 상상을 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나이가 지긋하셨던 운전 연수 선생님은 나에게 주차도, 후진도, 차선 바꾸기도 안 가르쳐 주시고, 오직 강릉의 맛집과 직진만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운전 경험이 면허 딸 때만 있었던 나는 운전 연수가 다 그런지 알았다. 그래서 연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물론, 나의 비루한 균형감각과 운동신경도 한 몫 했겠지만.     


운전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A4용지에 ‘초보운전’을 가장 크게 프린트하여 차에 붙인 일이다. 운전이 뭐라고... 남들 다 하는 거 왜 이렇게 무서운지 스스로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용기를 내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남편의 지도하에 나의 운전은 시작되었다.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김여사’ (성별 혐오 용어 같아서 안 쓰고 싶지만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스러운 운행으로 남편에게 혼나고 너무 서러워 달리는 차 안에서 남편과 대판 싸우기도 했으며 내 차, 남의 차 아프게 했던 당황스러운 긁힘의 순간도 있었으며 주차 관련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 정도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도 운전에 그닥 능하지 못하다. 그래도 다행히 큰 사고는 없이 운전을 하고 있다. 도로가 복잡하지 않은 강릉 안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못 가는 곳이 없다. 바다가 보고 싶은 날에는 바다로, 산에 가고 싶은 날에는 산으로 간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며 내가 원하는 장소로 간다. 오늘은 바다를 보며 향긋한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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