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실 Nov 06. 2023

강릉에서 따뜻한 시간들

강릉살이 참 좋다!

강릉으로 이사 온 지 몇 달 만에 서울 친정에 갔다. 평일이라서 고속도로 차가 막히지는 않았지만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교통체증으로 인해 답답함이 시작되었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잘 달리던 차의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강릉이었으면 벌써 도착 했을텐데...’ 어느새 나는 서울보다 강릉에 익숙해 진건지 서울이 답답했다. 강릉에는 없는 쇼핑몰, 놀이동산, 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서울에서 오랜만에 실컷 누려보자 하여 간 먼 나들이였는데 서울에 있는 동안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침 그때 서울은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가 좋지 않았다. 아이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눈과 코가 따가웠다. 30년 가까이 서울에 살았지만 무엇이든 차고 넘치는, 심지어 미세먼지마저 차고 넘치는 서울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강릉의 한적함이 그리웠다. 2,30대 시절에는 그토록 뜨겁게 사랑했던 서울의 화려함과 복잡함이 이제는 싫어졌나 보다.     


강릉살이를 하면서 자연을 가까이 두고 자연에서 치유 받으며 자연에서 단순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좋아졌다. 아직은 여건이 되지 않아 실행을 못 하고 있지만 더 시골로 가서 마당이 있는 작은 주택에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도시에서 소비하는 삶보다는 흙을 밟으며 시골에서 생산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싶다. 최소한의 소유로 살며 넉넉한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 살고 싶다. 강릉에서는 그런 삶의 태도가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동안 4년 넘게 강릉살이를 하며 낯선 곳에서 마음껏 울지 못하고 부서지고 허기진 상처들로 혼자 속으로 삭혀 내었던 고단한 시간 들도 분명 있었다. 그런 시간 들이 있었던 만큼, 강릉은 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기도 하였다. 그러기를 반복하며 강릉살이에 대한 나의 애정은 차곡차곡 더 채워졌고 힘들었던 시간들은 치유되었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지난 시간들은 이제는 더 이상 없다. 강릉살이를 하며 내려놓음을 배워가고 깨달아 간다. 그러면서 더 행복해진다. 어쩌면 지금이 진정 내 인생의 황금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날들이다. 오늘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고 따뜻한 순간을 함께 하며 따뜻한 시간을 마음에 곱게 담아 간직한다.      


이제 곧 절기상 입동이다. 쌀쌀해진 날씨를 실감하며 너무 빠르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 아래 아이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올 해 크리스마스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를 기대하며.


강릉의 매일매일의 새로운 계절이 나를 설레게 한다. 올해에도 내년에도 나는 여전히 파란 하늘 아래에서 달큰한 공기를 마시며 현재를 살겠지. 사랑하는 가족과, 벗들과 함께.     

아, 강릉살이 참 좋다.

이전 09화 운전은 처음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