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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Nov 19. 2023

강릉 이주기

미세먼지를 피해 동쪽으로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2019년 3월의 어느 날, 대한민국 하늘을 뿌연 잿빛으로 뒤덮어버린 미세먼지는 열흘이 넘게 고농도로 지속되었다. 미세먼지에 짙은 안개까지 뒤엉켜 스모그 현상이 나타나면서 도시는 갑갑한 잿빛이 되었다. 잿빛 하늘을 보고 있으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목은 칼칼하고 눈은 따가웠다. 아이는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다.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것이다. 아이와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앱으로 미세먼지의 농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런 날들이 지속될수록 내 마음속 우울감은 커져만 갔다. 미세먼지는 내 삶의 질을 낮추고 무기력화 시켰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어! 나는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하였고 설득 끝에 우리는 결심 하였다. 번잡하고 삭막한 이 도시를 떠나자고.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살아보자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동쪽으로 가자고. 최대한 동쪽으로 가보자고.     


고성, 속초, 양양, 강릉까지 많은 곳을 후보에 두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기왕 가는 김에 더 시골로 가서 전원의 삶을 살기 원했지만, 현실적인 사람인 남편의 의견은 달랐다. 일단은 자기가 해야 하는 사업장에 적합한 곳을 찾기를 원했고, 그러려면 번화가에 차도 인구도 많은 곳으로 선택해야 했다. 남편은 영동지방에서 제일 큰 도시인 강릉으로 가자고 했다.

“강릉? 그곳엔 곧 화력발전소가 생긴다던데...”

“그래도 태백산맥이 막아주니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덜 받을 것이고 바닷가 근처니까 대기 정체도 덜 하겠지. 여기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당장 먹고살아야 할 목표가 첫 번째임을 알기에 나는 남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강릉을 선택하게 되었다. 태백산맥의 동쪽, 푸른 동해를 품고 있는 바다 내음 가득한 도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강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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