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짓나 하다보면 언제 다 지었지? 하게 된다
그런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빌라나 상가 건물의 신축 공사 현장을 보면
일주일 이주일 한 달이 지나도록 뼈대 공사만 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번쩍하고 생겨난 것을 목격하는 그런 경험 말이다.
연예인 걱정, 건물주 걱정 다음으로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건축주 걱정이 아닐까 싶다.
'아이고 저거 저래가지고 올해 안에는 공사 끝날 수 있으려나~'
'저거 공사 길어지면 건축주한테 손해 아닌가~'라고
평소엔 발휘할 일 없는 인류애를 생판 일면식도 없는 남의 철근 구조물에 쏟아붓다보면
언제 지지부진했냐는 듯 뚝딱 건물이 올라가고 내부 샤시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간 것인가 라는 착각을 하게 되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같다.
지반을 다지고 뼈대를 세우는 기초 과정은 보는 재미도 없고 딱히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이
오랜 시간을 잡아먹지만
그 과정이 지나면 요술이라도 부린 듯 하루가 다르게 척척 건물이 완성된다.
한옥집 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공사 현장을 가보면
철거를 하고 지반을 다지고 시멘트를 바르고 기둥을 수선하고
현장 소장님들과 작업자 분들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겉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가
목공 작업을 시작하면 오~이제야 뭔가 우리가 그리던 집의 모양이 갖춰졌네 하다가
어? 벌써 다 지었네? 하고 입주 준비를 하게 될 날이 온다.
마치 위내시경을 받으며 마취가 안되면 어쩌지 하다가 깨어나보니 입에 침을 흠뻑 묻히고 잠에 든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광고를 시작할 때 광고 스승님이자 첫 사회생활 상사였던 실장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다.
"광고란게 말이야 막 열심히 할수록 실력이 대각선으로 쭉 올라가면 좋은데 그게 아니야,
실력은 계단처럼 올라가더라, 열심히 노력하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쭉! 그러니까
지금 광고가 안 느는 것 같아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계단처럼 실력이 올라가는 널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광고를 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계단을 오르긴 한 것인지, 올랐다면 몇 개의 계단을 올랐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실장님의 말을 가슴속에 이정표로 새겨놓고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뿐이다.
광고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노력한다고 내일 확 달라지는 사람은 천 명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천재고
보통 사람들은 하루, 일주일 정도 노력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자신을 느끼며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더 분발하거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일 뒤 1년 뒤 10년 뒤,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후자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많이 돌아왔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그렇다. 드디어 공사가 끝나고 입주 날이 된 것이다.
마침내 그토록 꿈꾸던 우리의 한옥집으로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