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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안 정상은 변호사 Mar 18. 2024

우리집보증금지키기(1) #서설1

보증금 사고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집은 없다

우리는 전세계약과 임대차보증금에 대해서 많은 강의를 하고 다니며, 1년에도 100건에 가까운 전세 보증금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강의와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보증금을 제때에 받을 수 있는 집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보증금 제때에 100% 받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보증금을 제때에 받는게 보장된 집이 있을까?


이 질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이 악인이라거나, 아니면 보증금을 제때에 돌려주지 못하는 집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 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반드시 악인인 것은 아니다. 물론, 전세사기 등 임대인이 악인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무척 소수의 사례일 뿐이다. 일부러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은 적다. 


그렇다면 왜 보증금을 제때에 돌려주지 못할까? 


이유는 계약당시의 상황과 예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세를 줄 때 임대인들은 대부분 다음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나가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보증금을 받고 나서, 돌려줘야 할 돈이니 은행에 넣어두고 보관하는 집주인은 거의 없고, 경제적으로도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받은 보증금은 임대차기간동안 잘 이용하고, 임차인이 나갈때 돌려줄 수 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는다면? 아니면 돌려줘야 할 보증금 금액으로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는다면? 집값이 떨어져서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면? 또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서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업이 망해서 돈이 없어져버렸다면? ???


그렇다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것이다.




대출을 못 갚았다고 반드시 사기꾼이 아니듯, 보증금을 제때에 못 돌려줬다고 악인은 아닌 것이며, 그 부동산이 반드시 문제 있는 부동산도 아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이고, 그 기간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못 줄 사정이 생기면 보증금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안전한 집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우리나라 최고 부자 이재용 삼성회장님으로부터 보증금 1천만원 짜리 집을 전세받으면 보증금을 제때 받는게 100% 보장되지 않을까? 이재용 삼성회장님이라면 무슨 사고가 생겨도 1천만원 정도는 쉽게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답은 아니다.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건 임대차기간이 끝났을 때 집주인이다. 


이재용님에게는 1천만원이 푼돈일 수 있지만, 이재용 님이 이 집을 2년 동안 절대 안 판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리고 그 집을 산 사람이, 갭투기를 노리고 모든 사채까지 끌어서 파산직전의 김파산씨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계약시점에 임대인이 아무리 부자여도, 보증금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가 100억원짜리 집에 1천만원짜리 전세를 들어가면 어떨까? 집값에 비해 보증금이 껌값이니 보증금은 무조건 제때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그런 집은 없다. 그리고 시가 100억원짜리 집이라고 해서, 1천만원 전세를 반드시 구하는게 무조건 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사이 100억짜리 집에 120억의 저당이 잡혀서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사이 집이 부실공사로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보증금을 제때에 100% 받을 수 있을 보장은 없다.


즉, 보증금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사고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니 아무 집이나 얻으면 될까?


아니다. 우리는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보증금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 보증금 사고가 나도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 하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를, 손해가 일어나도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 PLAN B를 강구하여야 한다.


보증금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겠지, 설마하고 주의를 게을리 하면, 보증금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오늘부터는 그 플랜B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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