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웹진 시인광장)
여보, 잉카 사람들처럼
바랑에 방울 달고 바람을 돌고 돌아
산굽이 오르내리다 보면
두 사람 누워 네 다리 뻗을
조그마한 땅뙈기 만나지 않겠어요
우리 외할머니의 시어머님은
아드님이 울며 지게 매고
산으로 데려 가셨대요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대요
어제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육십갑자 한 바퀴를 완주한 날,
당신과 난 먼 생을 걸어가야 돼요
아무도 뒤쫓아 오지 못하는
높은 곳으로 천지사방 쏘다니다
지치면 부둥켜안고 잠들자고요
두 몸뚱이 포개진 채로
천만년 풍화되어 바람으로 살아지더라도
우리 둘만 알아볼 수 있도록
껍데긴 여기 버려두고
알맹이로 떠나자고요
여보, 고대 잉카 사람들은
아이들을 낳고 기른 지붕 아래
두 개의 시간을 매달아두고
시계바늘이 포개지는 첫날
새벽길을 떠났대요
그림자 떼어놓고 울며
뒤돌아보지 않으려 웃으며
구름 위로 뛰어다녔대요
여보, 눈이 다 녹아가요
우리도 잉카 사람들처럼
돌아온 생은 아무데서나
먼지처럼 부려놓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