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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한밤의 히치하이킹

(2022년 6월 시산맥 여름호)



스타킹에 발을 밀어 넣을 때마다 

밤기차를 타는 기분이랄까 


사라진 발가락, 사라진 종아리, 사라지는 허벅지, 


작은 거스러미에도 멀리 가버리는 걸 

번번이 놓쳐버리지만, 괜찮아

이정표에는 새로운 목적지가 표시되니까


실크 양말 구둣발과 망사 하이힐이 얽히는 

스텝으로 

이별이 속도를 높이는 소실점까지


허리춤을 잡아당기면 

복선으로 말려 올라오는 

뜨거운 눈빛


구멍 난 바람의 맨살은 더듬지 말고 

휘파람 불어 주름치마 부풀려

엄지 척, 치켜세우면 


발꿈치부터 들리면서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왕이 된 기분이 될까


스타킹을 창턱에 걸어놓은 밤,

도움닫기 없이 뛰어내린 플랫폼에서 


머리까지 풀어헤치고  

마지막 기차는 트랄랄라로 떠났으니까 

귀신처럼 

지금부턴 맨발로 떠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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