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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오우무아무아*

(2021년 애지 가을호)

하와이에서는 

네 목에 꽃다발을 걸어줘 

배꼽까지 보여주며 훌라춤을 춰 


오우무아무아, 

오르트구름 바깥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몇 억 광년이 걸린 거니


혜성의 긴 꼬리는 보이지 않았는데 

행성들은 탯줄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블랙홀은 열리고 너는 보이지 않고 

태비의 별은 안 보여도 있다고 치고 


원주민의 옹아리로 카운트다운하면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잖니


광속의 타임랩을 쏘아대면

하나부터 열까지 따라잡을 수가 없잖니


중력을 벗어던진 홀가분한 구름만을 바라봐,

우주먼지 속으로 점점이 흩어지는

진동벨소리를 들어봐,  


오우무아무아, 

내가 없는 종말은 상상임신 같은 것, 


이미 사라져버린 별빛을 끌어당겨 

잔잔하던 바다가 움푹 꺼지면 

내가 너를 재촉한 거니 


하와이에서는 두 손을 높이 올려 

거대한 시계 태엽을 감으며  

훌라춤을 춰 


썩은 별을 솎아내고 

웜홀로 기어들어가는 

오우무아무아 


잠꼬대의 주파수를 맞추며 

너를 맞이하는 






*오우무아무아: 먼 곳에서 온 메신저라는 뜻의 하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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