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시인뉴스포엠)
처음부터 물은 나의 집
천정부터 얼어붙는 겨울이 다시 오고 있었다
우리들의 계절은 춥고 낮았지만
하늘에선 신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저녁은 끝까지 위태롭고
그들에겐 시시하고 지루할 텐데
아직 단단하지 않은 구름에다
구멍을 내고 싶어 틈틈이
어둠의 높이를 재보며
입김으로 수은주를 굴리는 날씨,
꼼짝 않는 구름과 살 떨리는 바람
가만히 있을수록 팽팽해지는 실랑이에
뜬 눈을 더 부릅뜨고
햇볕 닿지 않는 바닥으로 붙어가는
불침번의 교대 시간,
깨진 유리병처럼 가라앉은
우리들의 두려움은 깊고 길었지만
가끔은 물풀들의 춤사위에 숨어
몰래 짧은 사랑도 나누웠다
유리창을 기웃대던 눈이 감기고
지붕을 밟고 다닌 신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흔들려도 쓰러져도 물은 나의 집
얼어도 죽어도 우리들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