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월명문학상 당선작)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다리헤기로 밤새우는 도깨비를 닮았나,
소리기생 화초기생 수기생의 눈치 보며
수발드는 춤꾼은 사내
길거리에서 죽은 귀신 불러내라,
달 밝은 밤에 부푼 치마 속에는
한 다리 두 다리 세 다리
어기적어기적 걸음마부터 바라춤을 흉내 내는
한둘은 암놈, 서이 너이는 수놈,
버선코가 닳도록 도드리로 놀아보자,
사다리 오다리 넉장다리 외다리
신라귀신도 나오너라,
허튼 가락이 오장육부 건드려
몸짓은 몸부림 되고 호흡은 인불이 되고
가위 눌린 뼈다귀도 허옇게 떠오르는
달 밝은 밤에 신라의 밤에
반월성 무너진 다리 아래
흐르는 물소리가 후들후들 떨렸나,
역신(疫神)이 죽음을 넘보려
그림자를 달아놓았다는
이 다리도 저 다리도 헛다리라,
물밑에서 그 다리 열릴 적에
처용아, 어느 탈에 외로움을 숨겼기에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휘영청
네온이 밝은 밤에 어기적어기적
홀로 어느 거리로 살풀이를 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