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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몽고반점

(2022년 6월 문학마당 여름호)

 

어제가 내일 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골목

무성하게 자라나는 기억의 등 뒤에

쪼그려 앉아 있던 아이는 언제 일어났을까 


오늘을 뛰어 넘는 눈속임을 

줄넘기를 막 시작한 석양한테 배워볼까 

술래의 가랑이 사이로 모래바람이 지나간다 


금을 밟아도 쫓겨나지 않는 시곗바늘처럼 

아무리 작은 걸음일지라도 

멈춰 선 그림자를 거꾸로 돌려놓으면 

바람에 지워진 낙타의 봉우리가 보일까 


당신은 하나라고 우기고 나는 둘이라고 비웃던

밤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모래언덕 사이에서 

숨죽이던 아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보이지 않는 곳을 가리키며 

몽고가 아니라 몽골이라고 간질이던 그곳

서로의 맨몸에 푸른 지도를 그리기 위해 

우리의 영혼이 뒹굴던 초원에서 


한 열 달 헤매던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던 그 많은 날들을 비워두고 

손금을 읽다 손등 위에 공깃돌을 올리던 생의 저편 


낡은 천막을 치고 

아이를 기다리는 술래는 엉덩이가 짓물렀을까

무궁화꽃이 피었다고 외쳐대도 

꼼짝 않는 사람들 


바람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기에 

당신은 독한 술을 시키고 나는 휑한 속을 식힌다 


반쪽 난 거울 속

반쪽 난 보름달처럼 

이번 달의 배후 또한 알 수 없어 

당신은 무거운 가위에 눌리고 나는 무섭게 가위로 자른다 


벗겨보면 

우리처럼 시퍼런 멍 자국이 있을 테니 

동족일까

 

술래가 자욱하게 울어 

황사 떠도는 골목이 모래의 산도 같던 날 

 

당신은 아이를 지웠고 나는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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