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 14. 프렌치 감성 무몰딩 유럽 미장
"소장님! 크랙 걱정 없는 무몰딩 프렌치 미장 할 수 있습니다."
'송당일경'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은 처음 시작부터 명확했다. 밝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반영한 인테리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제주로 휴가를 떠나서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좀 더 여유롭고 한가로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굳이 인테리어 전문 용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북유럽 감성에 킨포크 스타일 디자인을 적절히 섞어놓은 것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설계를 진행할 때 이미 내 마음속에는 내부 마감을 유럽 미장이라고 불리는 정통 프렌치 미장을 할 것이라고 정해 놓았다. 왜냐하면 매끈하고 정형적인 도장보단 내추럴한 질감과 자유로운 느낌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천정과 벽체가 만나는 조인트에 천정 몰딩 설치에 대한 부분이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대세인 요즘 몰딩 없이 마감을 하는 무몰딩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과연 무몰딩으로 프렌치 미장 마감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천정 몰딩 또는 기타 몰딩을 설치하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깔끔하게 마감 처리가 힘든 부분을 위장하기 위해서다. 내부 벽체와 천정 마감을 위해서는 각재로 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석고나 합판 또는 기타 자재를 시공한다. 이때 천정과 벽체가 만나는 부위와 벽체와 벽체가 직각으로 만나는 인코너 부위, 밖에서 직각으로 꺾어져서 시공되는 아웃코너 부위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직각을 맞추고 틈새도 없이 단차도 없이 매끈하게 작업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내부 인테리어 목공사의 모든 작업은 사람의 손에 의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투입되는 각재들도 조금씩 치수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장에서 정밀 제작된 성형판에 찍어내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모든 건축 작업은 시공오차가 발생한다. 또한 대부분의 건축 자재는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의 영향을 받아 대기 중에서 변형이 생긴다. 철근 콘크리트의 경우 재료의 특성상 양생이 되는 과정에서 건조 수축에 의한 크랙이 발생되며 외기의 진동이나 충격을 받았을 때에도 크랙이 발생할 수 있다. 목재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바탕면에 설치된 각재틀에서 변형이 생기게 되면 이는 마감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마감 최대의 적은 크랙'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인코너, 아웃코너 할 것 없이 바탕면의 석고보드가 만나는 조인트 부위와 이질재료가 만나는 조인트 부위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크랙이 발생한다. 크랙 방지를 위해서 최종 마감 전에 밑 작업을 진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관을 해치는 크랙이 발생하는 것이다. '천정과 벽체가 만나는 부위에 마이너스 몰딩을 설치할까?', '그림을 걸 수 있게 픽처레일 몰딩을 설치할까?'라는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데 프렌치 미장 업체 이사가 현장에 미팅을 위해 방문했다.
혹시나 유럽 미장이라는 마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정리를 해보겠다. 정식 명칭은 프렌치 미장이며, 지중해에 접한 여러 유럽 쪽의 나라에서 자유롭고 온화하고 특유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벽체 마감 기법 중에 하나이다. 시공 방법은 쇠흙손을 이용하여 배합된 재료를 벽체에 바르고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한 때 우리나라에 선풍적인 인기가 불었던 적이 있고 현재도 카페나 주택 등의 마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 미장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 들여온 업체가 만든 것이다. 아마도 유럽 쪽에서 많이 사용되고 부르기 쉽게 변형시킨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가 만든 아류작이 아닌 프렌치 미장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겠다. 프렌치 미장은 재료에 따라서 2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합성수지계로 만든 아크릴 계 프렌치 미장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 돌가루로 만든 라임 계 프렌치 미장이다. 화학 재료로 만든 아크릴 계 프렌치 미장재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 변형, 탈락 등의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인체에 좋지 않은 화학재료가 들어간 마감재료이기 때문에 생활공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아크릴 계 제품을 나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이와 반대로 천연 라임계의 프렌치 미장은 아주 고운 라임 돌가루에 오로지 물만 배합하여 사용하는 마감재료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자동 습도조절 기능이 있다. 천연 재료이기 때문에 습기가 많으면 흡수했다가 건조하면 습기를 배출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직접 구입하기가 어렵고 해외 업체에 주문하여 화물로 받아야 하며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정통 프렌치 미장을 추구하는 몇몇 업체가 건축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시공하는 것보다는 업체를 통하여 마감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송당일경' 현장 내부 프렌치 미장 작업 예정 부위 전체를 둘러보고 작업 비용과 투입 일정, 그리고 마감 디테일에 대해서 프렌치 미장 업체 이사님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조인트 크랙 방지 대책과 몰딩 시공 부위에 대한 작업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나는 금속 알루미늄 마이너스 몰딩을 설치하는 쪽으로 거의 마음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소장님! 무몰딩 시공으로 가시죠. 크랙 걱정 없는 확실한 작업 진행 가능합니다."라고 자신감에 찬 어조로 강력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크랙 걱정 없는 무몰딩 프렌치 미장 마감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내가 반문하며 물었다. 기술적으로 내가 납득이 되어야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단열 공법에 적용되는 바탕면 메쉬 시스템으로 작업하면 됩니다. 인코너와 아웃코너에는 코너 메쉬로 시공하기 때문에 크랙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라고 자신의 시공경험을 곁들여 업체 이사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핸디코트라는 퍼티로 바탕면 빠데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고밀도 메쉬망과 코너 메쉬를 이용하여 시멘트 모르타르 본드 몰탈로 퍼티 작업을 하면 헤어라인 크랙뿐만 아니라 조인트 크랙까지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보니 내 건축 지식으로 해석해도 가능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위에 언급한 방식으로 시공한 타 현장에 대한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무몰딩 프렌치 미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10일 후 내부 목공사 작업이 완료되고 프렌치 미장 작업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천연 라임계 프렌치 미장 자재는 프랑스 세니데코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작업 투입 2주 전에 발주를 하였고, 국제 화물로 직접 공수를 받았다. 작업 팀은 보조 기능공까지 포함하여 총 6명. 1년 전 충북 진천에서 세컨하우스 내부 프렌치 미장 작업할 때 보았던 낯익은 작업자도 보였다. 보양작업을 시작으로 프렌치 미장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천정에 설치된 자작나무 합판, 창호 프레임과 유리, 제주 고재로 제작한 선반 등을 보양 테이프로 빠짐없이 감싸서 이물질에 오염되는 것을 방지한다. '송당일경'의 무몰딩 프렌치 미장 마감은 총 8번의 작업 공정을 거친다. "비드 설치(시멘트 본드) → 고밀도 메쉬 망 시공 → 시멘트 본드 몰탈 퍼티 작업 → 샌딩 → 1차 유럽 미장재 시공(프렌치 미장 1차) → 2차 유럽 미장재(천연 라임계) 시공 → 샌딩 → 왁스 코팅(천연 밀랍)"의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프렌치 미장이 진행되던 제주의 4월은 낮에는 여름처럼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다. 작업팀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벽체에 프렌치 미장이라는 그림을 그려나갔다. 바르고 샌딩하고 다시 바르고 샌딩 하고 발랐다. 마지막 왁스 코팅 작업까지 총 10일이 걸렸다. 밝고 따뜻한 느낌의 아이보리 톤으로 프렌치 미장을 시공하였는데 박공지붕 천정의 자작나무 합판과 함께 더욱 아늑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멀리서 보면 한 톤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바름 두께에 따라서 약간의 이색이 져 보이기도 한다.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질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니크하면서도 빈티지한 채색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클래식 한 유럽미까지 이게 프렌치 미장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작업 완료 후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시 크랙이었다. 여름철 긴 장마가 끝나고 다시 현장을 찾았다. 정확히는 프렌치 미장이 완료되고 4개월이 지나고였다. "과연 크랙이 발생하지 않았을까?"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프렌치 미장 작업 부위를 구석구석 확인하였다. 특히 천정과 벽체가 만나는 인코너 부위를 촬영까지 하면서 확인해 보았는데 크랙 발생부위는 없었다. 속으로 미소가 번졌다. 미심쩍은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에 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제주에 살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섬 지역이라 습도가 높아서 도장 마감면이나 도배 마감면에 곰팡이가 발생하는 집이 많다. 천연 돌가루가 주 성분인 프렌치 미장의 또 하나의 장점은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4년 올여름 제주도에 무지하게 많은 비가 내렸다. 일주일 내내 내린 적도 있었다. 여름철 한 낮 기온은 38도가 넘어가고 열대야 현상은 무려 61일 동안이나 지속되어 사상 최고일 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송당일경' 현장 내부에 곰팡이 발생 부이도 없거니와 크랙 발생 부위도 없다. 이렇게 무몰딩 프렌치 미장 인테리어가 좋은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크랙이 발생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