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 15. 수공간과 마이크로 시멘트
"정원의 3요소는 식물, 물, 시설물이다."
'송당일경'의 수공간 건축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수공간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수(水) 공간이란? 말 그대로 물이 있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수공간은 물의 양태적 특성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가 평정수이다. 평적인 수공간의 성격은 정적이며,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평화로움이다. 연못, 호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유수이다. 공간의 성격은 동적이며,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생동감과 율동을 전달한다. 물이 흐르는 강이나 하천이 바로 유수이다. 세 번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수이다. 폭포가 이에 해당하며,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네 번째는 분수이다. 공간의 성격은 동적과 정적이 합쳐져 있으며,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화려함과 소생이다. 이처럼 수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꾸미냐에 따라서 수공간이 주는 느낌이 모두 다른 것이다. '송당일경'의 수공간은 물이 흐르는 유수다. 즉 동적인 수공간이다. 왜 동적인 수공간을 만들었냐고 묻는 다면 제주도의 지하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넓고 큰 연못이나 호수가 아닌 작은 공간에 고여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여행객들이 발을 담그거나 물장난을 칠 수 있는 수공간의 물은 항상 깨끗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수의 동적 수공간을 건축한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독자들 중에 관리하기 힘들고 만드는 비용과 유지 비용도 많이 들고 청소도 힘든 수공간을 꼭 만들었어야 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공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계의 아름다운 정원들 중에서 수공간이 없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궁에 있는 정원들도 모두 수공간이 있다. 그것이 정적이든 동적이든 아름다운 정원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정원의 3요소라고 하면 "물, 식물, 시설물(벤치, 정자, 담장 등)"이라고 하여 수공간은 필수로 들어간다. 물론 수공간을 만드는 비용과 유지 관리에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수공간이 주는 가치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가 짓는 모든 집이나 건축물에 수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한 수공간을 보러 방문해도 될까요?"
제주도에 펜션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한 젊은 예비 건축주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 블로그와 유튜브 동영상에 소개된 마이크로 시멘트 마감 수공간을 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고 다음날 현장에 방문한 예비 건축주 부부는 물이 흐르는 수공간을 보고 연신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사진도 찍고 작업 비용과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신들은 풀빌라 펜션을 건축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마이크로 시멘트로 야외 수영장을 마감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중에 내 블로그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직접 눈으로 확인차 현장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건축적인 부분에 대해 나는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책 초반에 언급하였지만 '송당일경' 건축 계획 및 디자인 컨셉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부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물이 흐르는 수공간에 발을 담그고 제주의 오름과 먼바다 조망을 바라보며 휴식과 쉼을 취한다." 그렇다. '송당일경'의 건축 하이라이트는 물이 흐르는 수공간인 것이다. 건축 설계 진행 당시에는 수공간에 대한 마감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공간의 크기와 깊이, 폭은 도면을 작업하면서 결정하였지만 외부 마감을 석재로 할지 아니면 도장으로 할지, 외벽과 같은 종석 뿜칠로 할지 미정이었던 것이다. 골조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공간 마감을 어떤 것으로 할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였다. '돌로 할까?', '아니야! 수공간 난간 턱이 너무 두꺼워지고 석재 조인트 사이에 하자가 생길 수 있어!', '그럼 타일로 마감하면?', '타일 음.. 몇 년 못 가서 들뜸이나 탈락 같은 하자가 발생할 거야! 제주도의 습한 기후에 타일로 외부를 마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아!', '외벽과 동일한 종석 뿜칠로 할까?', '아니야! 수공간은 다른 마감재로 특별한 매력과 적합한 내구성을 가진 재료로 마감해야 해!'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나는 최대한 수공간 난간 턱의 건축 선을 살릴 수 있는 마감 공법을 찾고 있었다. '제주도의 현무암 속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건축 디자인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라는 것과 물에 강한 검증된 공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하는 것을 검토해 보았다.
내가 요구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방수 기능이 있어 수공간에 적합한 내구성을 가질 것. 원하는 질감과 컬러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최대한 얇은 두께로 마감하여 수공간 난간 턱의 선을 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마이크로 시멘트였다. 마이크로 시멘트 제품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제품은 스페인의 탑 시멘트 사의 제품이었다. 왜냐하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건축 시공 사례에서 이미 확실한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 팀이 현장에 도착하고 시공 방법과 타 현장의 시공 사례도 확인하였다. 그리고 컬러 샘플 북을 받고 펼치는 순간 '유레카!'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주도의 현무암이 연상되는 검고 진한 회색 톤이 섞인 컬러가 한눈에 들어온 것이다. 내구성과 품질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건축 현장에 적용되어 검증이 되었고, 특히나 수공간 전용 마이크로 시멘트 제품이 따로 있었다. 그렇게 '송당일경' 수공간 마감이 결정되었다. 현장 실측과 미팅 후 정확히 한 달 뒤에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팀이 수공간 작업을 시작했다.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 전 나는 수공간 난간 턱의 두겁 미장과 내부 방수 작업을 완료해 놓았다. 두겁 미장은 알루미늄 재질의 미장용 비드를 설치하여 건축의 선을 살려서 진행했고, 수공간 내부 방수는 침투 방수와 우레탄 도막 방수로 작업을 했다.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은 총 10회의 작업 공정을 거친다. 미장이 완료된 수공간 난간 턱에 고밀도 메쉬망 작업이 그 첫 번째 작업이다. 고밀도 메쉬망을 시공하는 이유는 바탕면의 평활도와 헤어라인 크랙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위에 마이크로 시멘트 베이스 3회, 마감 시공 1회, 마감 코팅 2의 공정을 거치며 중간중간 샌딩 작업이 3번 진행된다. 그래서 10번의 작업 공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것이다. '송당일경' 수공간의 경우 작업 인원 4명이서 작업 기간은 5일이 소요되었다.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작업 도중 비가 내리면 안 된다. 왜냐하면 비를 맞을 경우 시멘트 계열의 흔한 하자인 백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 시멘트는 마감 두께가 3mm 정도로 얇기 때문에 양생 전 빗물이 스며들 경우 100% 하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일기 예보를 사전에 확인하여 비 소식이 없는 날 일정을 잡아 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만약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엔 천막으로 시공 부위 전체를 덮어서 보양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두 번째 주의 사항은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 시방에 따른 배합비 준수와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때 마이크로 시멘트 열풍이 불어서 전국의 여기저기 펜션에 수영장이나 기타 마감에 마이크로 시멘트 마감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열풍이 시들었다. 시공비도 고가이지만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한 곳 10군 데 중에 8~9군 데가 하자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건축 기술자 입장에서 하자 발생 이유를 이야기한다면 시방서대로 시공하지 않은 시공 불량으로 인한 것과 적합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아서라고 하겠다. 똑같은 마이크로 시멘트 마감 작업이라도 사용하는 자재와 작업 소요 시간, 숙련도에 따라서 업체마다 가격이 다른 것이다. 세상에 싸고 좋은 집은 없듯이 타 업체보다 저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업체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마이크로 시멘트 작업뿐만 아니라 다른 공종도 철저한 검증과 확인 후에 진행하기 바란다. 아무튼 '송당일경' 수공간의 전체 시공 물량은 40m 2로 아주 작은 작업량이다. 작지만 강한 것. 건축의 선을 살리고 현무암의 질감을 컬러로 표현한 마이크로 시멘트 마감 수공간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끝으로 수공간의 턱이 낮아서 하루종일 쭈그리고 작업을 진행한 작업팀 4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