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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답이 아닌 다정함으로, 그 경계에 서서

by 오이랑

이 모든 관찰과 성찰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학생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명쾌한 '답'이 아님을 고백한다. 오히려 그들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다정함'이라는 단어는 때로 섣부른 오해를 낳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이해나 감싸 안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에게 '다정하라'는 주문은 때로 또 다른 부담이 되거나,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필요한 기대치를 심어줄 위험도 있음을 경계한다.


교사의 관찰은 단순한 시선이 아니다. 그것은 '살피다, 자세히 보다'는 뜻의 '찰(察)' 자가 주는 의미 그대로, 깊이 있는 고찰이자 성찰이다. 아이들의 손글씨 한 줄, 필기 한 점, 낙서 한 획까지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다. 이처럼 학생을 향하는 교사의 시선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찰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지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누가 보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 학부모는 자녀의 성취와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아이를 바라본다. 교사는 학급 전체의 역동 속에서, 교육적 목표와 규범 안에서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동료 교사들조차 서로 다른 교육 철학 속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마주한다. 학교 밖 사회는 때론 차가운 잣대로 아이들을 미래의 노동력이나 사회 구성원으로만 평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학생 자신조차 끊임없이 스스로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평가하고 규정한다. 이처럼 겹치지 않는 시선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오늘도 여전히 교실의 풍경은 소란스럽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종이 위에 자신의 세계를 새기고, 때로는 그 세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며,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교육 정책 이전에, 바로 이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시선들을 이해하고 나누는 '교육 담론의 장'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학부모와 교사, 동료 교사들이 서로의 입장을 오해 없이 나누고, 학생들의 솔직한 목소리도 경청할 수 있는 작은 대화들. 그것이 바로 이 교실의 일상에서 시작되어야 할, 우리 모두를 위한 '다정한 시선'의 출발점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덮지만, 나의 관찰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일도 첫 시간 종이 울리면, 20여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펜을 꺼내 들겠지. 나는 그들의 손을 볼 것이다. 그 손이 종이 위에서 그려낼 수많은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그 속에서 그들만의 빛나는 철학을 발견하려 애쓸 것이다.


아이들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가장 치열하고도 다정한 성찰의 과정임을 알기에. 이 책은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배우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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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