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마라톤 07. 그래, 보스턴에는 좋은 학교들이 있었지
방문 전 구글과 블로그를 찾아봐도, 실제 방문하여 돌아다녀 봐도 보스턴은 구경할 곳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심심한 도시라니! 처음이고 짧은 기간 방문이라 내가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몰랐을 수도 있다. 어휴 아무리 그렇지만 다시 봐도 마라톤 대회를 위해 3~4일 머무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곳이었다. 붉은색 벽돌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보스턴은 사랑스러운 곳이지만 관광지라고는 할 수 없고, 야구팬이라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도 좋지만 그것 때문에 굳이 여기까지? 해산물도 유명하지만 여기는 식재료의 천국 미국, 동부 다른 항구 도시들도 값싸고 신선한 랍스터와 맛있는 해산물이 넘친다
.
뭘 하면 좋을까? 맞다. 그래, 여기는 좋은 학교들이 많은 곳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 도시 중 하나이니 이곳에서 유학한다면 분명 행복한(?) 학생이겠군. 그 유명한 M.I.T. 그리고 하버드 대학교가 있는 보스턴이다
.
대회 하루 전 일요일. 한국의 서울대입구역(?)과 같은 지하철 레드라인 하버드 역에 내려 간단히 캠퍼스 투어를 하였다. 조스 피자 Joe's Pizza에서 조각 피자를 먹고(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피자를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하버드 캠퍼스에 들어가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말도 안 되는 미신 덕분에 발만 반짝반짝 빛나는 존 하버드 동상에서 나 또한 발을 만지며 사진을 찍었다. 발을 만져야 하는 건 내가 아닌 아이인데, 훗날 가족 여행으로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아이가 만지도록 해야지. 여기저기 살짝 맛보기로 캠퍼스를 둘러보며 하버드 아트 뮤지엄에도 잠시 들렀다. 다시 돌아오는 길, 조금 전 그 존 하버드 동상에서 재학생들이 연주 공연을 하고 있었다
.
지하철 역 맞은편 더쿱 The COOP 하버드 기념품 숍이 오늘 관광의 메인(?)이었다. 지하 키즈 코너로 다들 내려가 아빠들의 욕망 가득한 맨투맨 티셔츠 등을 구입하였다. 이런 티셔츠를 입힌다고 해서 아이가 하버드 갈 수 있을 거라는 건 터무니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 살 수는 없잖아. 여러 가지 종류와 색상의 옷들이 있었는데, 하버드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자주 벽돌색의 티셔츠들을 구입하였다. 7~8세용으로 구입하였다. 미국 어린이들은 역시 덩치가 좋은 것인지 우리 아이에게 큰 사이즈였다. 다행이다. 1~2년은 여유 있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큰 사이즈 옷도 미리(?) 구입해 둘까 잠깐 생각했지만 아이도 커가면서 가슴에 큼직하게 하버드가 찍힌 옷이 부담스럽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관뒀다. 아이가 입을지 안 입을지도 모를 옷 구입치고는 가격도 부담스러웠다. 아이의 옷과 함께 냉장고에 붙일 마그넷을 하나 구입하였다
.
대회 다음 날 새벽 찰스강변 산책로를 달렸다. 숙소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달리는데, 오른쪽에는 M.I.T. 캠퍼스가 있다. 유현준 작가님 영상과 책에서 자주 봤던 그레이트돔이 보였다. 이른 새벽 시간 강변을 달리다 보니 언젠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했던 하버드 신입생으로 보이는 포니테일의 다부진 체격의 여학생이 이번에도 우리를 추월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터프츠 대학에서 강연했던 하루키의 글에는 찰스강을 달렸다는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또한 몇 번이나 참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달리니 마치 그때의 하루키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루키가 말했던 보스턴 거위인지 아니면 그냥 오리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꽤 큼직한 그런 종류의 새들도 많이 보였다
.
새벽 찰스강은 아름다웠다. 고풍스러운 캠퍼스 건물들과 제약회사들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세련된 신식 건물들이 공존하는 멋진 곳. 혹시라도 보스턴 마라톤을 다시 참가하게 된다면 그때는 찰스강을 더 자주 더 오래 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