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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K에게.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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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원 Apr 17. 2022

불안



1. 곁을 두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옆에 머무르려 하면-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스타일. 줄곧 일등만 하는 학생이나. 대기업의 회장님이 느낄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나는 불안한 존재.

불안한 감정은 별것도 아닌 일. 사소한 일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불안했고. 하나뿐인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불안했다.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네 개의 영화잡지가 폐간되는 걸 보면서 불안했다. 좋아하는 극장이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불안했고. 필름 카메라의 매거진을 누군가 확 열어 버릴까 봐 불안했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불안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까 봐 불안했다. 알고 보면. 세상에 이런 겁쟁이가 있다니. 싶을 정도로 물렀었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에. 나는 줄곧 불안을 느꼈으며. 불안을 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보 같았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요령이 생겼다. 마음을 온전히 주지 않으면. 그렇게 하면 조금 나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추어야 할 것은 꽁꽁 감추고- 이 정도는 보여줘도 괜찮겠지. 하는 것들만 추리고 추려 글을 쓴다.



2. ‘성공’으로 가는(성공이 보장된-) 초고속 급행열차가 있다면. 1 호칸 A열에 앉을 것이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초조한 마음과 불안을 야기한다. 가진 것이 많지도 않으면서. 무엇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걸까.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 성공에 집착하는 건데?”

 

- 생각해봐. 지구에. 대한민국에. 서울에. 이 작은 땅에서 '김영원'이라는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다는 거.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게 슬프지 않아?

 

“왜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해?”

 

- 나를 아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모두 죽을 거잖아.

 

“그럼 네가 말하는 성공은. 유명인사가 되거나. 업적을 남긴 위인이 되는 거야?”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친구의 물음을 시작으로 또 다른 물음들이 번져나갔다. 나는 위인전에 남겨져서. 후손들이 한 장씩 넘겨보는 존재이길 바랐던 걸까?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어도. 정작 그 ‘성공’ 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았다. 느낌은 있는데, 흐릿하고 모호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멋진 세상에 존재해야 된다는 강박. 돈이 많아지면 해결되는 일일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명예를 가지게 되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되면? 그런 순간이 온다면. 불안에 잠식당한 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인간은. 특히 나 같은 사람은. 마음대로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저런 표현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3. 죽고 나면- 묘비에 이렇게 쓰여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을 다하여 살았음’


항상 마음이 조금씩 남는다. 모두 쓰지 못하고 남은 마음들은 갈 곳을 잃고 무겁게 쌓인다. ‘나’라는 사람은 아주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나는.. 내 마음인데 더 이상 들어올 자리도 없을 만큼 비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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