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기 싫은 아이들

맨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요

by 그대로 동행

1월 말 실내 마스크 해제가 발표되었을 때, 그간 수업 때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느라 고생한 아이들에게 나는 호기롭게 "이제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몸이 안 좋은 사람은 알아서 쓰기."라고 말해 주었다. 빼꼼히 나온 동그란 눈을 굴리며 나를 주시하는 아이들이 분명 이 소식을 반가워할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우리 집 아들들이 예전과 다름없이 마스크를 쓰고 학원을 가면서 각자 취향에 맞는 새부리, 비말 마스크 등을 사달라고 해서 마음속으로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 실내 해제라서 대중교통에서만 쓰니까, 별로 쓸 일도 없는데 많이 남은 마스크를 왜 또 사달라고 하니?"

그러자 아이들이 볼멘소리로 "엄마, 나는 절대 마스크 안 벗을 거예요. 수염 보일까 봐 창피해요."

" 나가 보세요. 애들은 절대 마스크 안 벗을 거예요. 생얼이 드러나는 거 누가 좋아하겠어요?"라고 투덜댄다.


우리 집 아들들만 유별난가 했는데 심지어 수업 때도 아이들은 전원 다 마스크를 쓰고 오는 게 아닌가?

어떤 때는 음료수를 내줬는데 전처럼 잠깐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서 음료수만 홀짝이고 바로 올린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상기된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수업에 늦을까 봐 뛰어온 아이도 절대 마스크는 벗지 않고 땀을 훔친다. 마스크 안으로 가쁜 숨을 고르는 아이가 안쓰러워 편하게 벗으라고 하니, 아이는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왜 마스크를 벗지 않을까? 아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의 얼굴을 온전히 보여주기 쑥스럽단다. 그리고 자신은 개인적으로 수염이 보일까 봐 쑥스럽다고 한다. 이제 솜털 같은 수염이 나기 시작한 중2 아들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코로나 3년 동안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느라 우리 일상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비대면인 줌 미팅이나 교육이 일상화되었고, 재택근무도 활성화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매일 쓰고 다니던 마스크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서 이제는 벗는 게 어색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면서 편한 점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화장에 신경을 덜 쓰고, 나의 표정변화나 늘어가는 주름을 감출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이제 마스크를 벗고 밖에 나가니 한결 편하다.

나는 여전히 마스크를 고집하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이제 아이들이 답답한 마스크에 길들여져서 서로의 맨 얼굴을 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구나. 심지어 큰 아들은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보고 혼자 놀라워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친구들의 마스크 벗은 모습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많이 차이가 나더란다.


서로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함께 어울리고, 공부하고, 밥 먹었던 우리 아이들. 이제 그런 일상이 익숙해져서 편하게 벗을 기회를 줘도 벗지 못하는구나.


나는 한동안 아이들의 맨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이전에 줌으로 수업할 때 간혹 아이들의 맨 얼굴을 보면서, 나의 상상보다 훨씬 앳된 얼굴을 보고 속으로 크크 웃음 지었다.


이제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해제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풋풋하고 보송보송한 맨얼굴을 마침내 마주할 때, 나는 너희들의 모습이 눈부셔서 선생님도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애들아, 어른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정말 미안하다. 이제라도 너희가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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