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어머님을 위로해 드리고자 어머님 집에서 지내는 남편이 금요일 밤마다 집으로 들어와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남편은 주중에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보상하듯, 아주 가끔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에게 간단한 아침을 먹인 뒤, 청소기, 걸레를 들고 집을 청소한다.
고2 둘째 아들이 토요일 느지막이 일어나서 학원 갈 준비를 하면서 그런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며 나에게 말하길
"엄마, 저는 아빠 같은 퐁퐁남이 될까 봐 장가가기 싫어요."라고 말한다.
퐁퐁남? 뉴스에서 몇 번 보기는 했는데 그 퐁퐁남이 자기 아빠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퐁퐁남: 연애경험도 없고 순수하고 순진한 남자가 연애경험이 많은 여성과 결혼을 하여 경제권을 여자에게 넘기고 집에 와서는 설거지도 하면서 경제활동+ 집안일을 맡아서 하는 남자
그러나 나는 연애경험이 많은 여성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편도 순진하지 않고 집안 일도 거의 안 한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아들이 계속 말하길
"우리 아빠는 힘들게 돈 벌어서 월급 엄마한테 다 갖다 주지요. 모처럼 쉬는 주말에도 집에 와서 저렇게 청소하지요. 아빠가 퐁퐁남 아니면 뭐예요? "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야, 네 아빠가 퐁퐁남이면 세상 퐁퐁남 다 죽었다. 아빠가 월급을 엄마에게 다 주는 건 그만치 과거에 돈관리를 잘 못했어서 그런 거고, 지금 청소를 돕는 건 주중에 집안일을 열심히 한 엄마를 배려해 주는 건데... 너 엄마가 일하는 건 안 보이냐? 갖다 붙일 걸 갖다 붙여야지. "라고 쏘아붙였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역시 아들은 아빠 편이다.
아들은 고개를 휘휘 돌리면서,
"그래도 우리 아빠가 불쌍해요. 저는 장가가는 걸 생각해 봐야겠어요."라는 말만 남기고 집을 나선다.
아들의 말에 신이 난 남편은
"거봐, 나 알아주는 사람은 아들뿐이 없어."라고 한껏 기고만장한데, 나는 그저 기가 막혀 등을 돌려 버린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엄마가 일하면서 집안일을 다 하는 건 당연하고, 아빠가 직장 나가면서 주말에 어쩌다
한 번 집안일하는 건 아들 눈에 영 안쓰러운가 보다. 아빠만 저리도 측은하게 여겨 주다니... 이래서 나에게 사람들이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얘기들을 하는구나.
갑자기 남자 넷 속에 섞인 내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인식이 되면서 우리 집이 나에게 삭막한 사막처럼 으스스하게 여겨졌다. 갱년기라서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심사가 울적하다. 아들의 사소한 말들로 인해 생채기 난 가슴을 부여잡고 나 혼자 조용히 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혼자 결심한다.
아빠가 퐁퐁남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너희들이 청소, 밥 좀 주말에라도 알아서 하라고 해줘야겠다. 장가는 안 가도 집안일은 해야 한다고, 그게 진짜 인생공부라고 이제라도 따끔하게 알려줘야겠다. 물론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이 인생공부를 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