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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n 04. 2022

우리 집 가훈은 '주는 대로 먹어라'

우리 집 가훈은 '주는 대로 먹어라'이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삼 형제가 각기 식성이 달라서 식사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달라고 하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매 식사 때마다 일일이 맞춰주는 게 불가능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나는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우리 집 가훈은 ‘주는 대로 먹어라’이니  더 이상 음식에 대한 불평은 없다.


가훈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그 이후부터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음식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행여 엄마의 반찬에 대해 반기를 들거나 불평하려 하면 나는 바로 눈을 빛내며 질문한다.

‘우리 집 가훈이 뭐라고 했지? “

그러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하려던 말을 입속으로 꿀꺽 삼킨다.


가훈을 바꿨기에 망정이지 10대 중고등 학생 남자 애들 세 명의 식성에 일일이 맞춰 식사를 차렸더라면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 이후 코로나가 와서 어떤 날은 하루 다섯 끼를 하는 날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순하고 무던한 우리 삼 형제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에 대해 전혀 반발하지 않고 주는 대로 먹는 습관을 힘겹게 들이기 시작했다.     


식탁에서 불평하지 않고 무던한 모습으로 밥을 먹는 착한 삼 형제의 뒷모습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 정작 나는 주는 대로 먹고 살아왔는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고집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주어지는 삶의 음식마다 맛없다고 반기를 들고 거부하기 일쑤였다.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막상 직장에 들어가고 진정한 성인으로 독립하면서 그간에 쌓여왔던 내 안의 고집과 생각들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려 애썼다.


나는 늘 하나님의 뜻이 아닌 내 생각만을 고집했다.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반기를 들고, 일상에서 힘든 일들을 만날 때마다 원망과 불평하기에만 급급했다.

삶에 주어지는 음식마다 맘에 안 든다고 하나님께 투정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내 인생에 주어진 모든 경험의 음식은 다 나에게 좋고 필요한 것이었다.


이제라도 나는 주어진대로 먹기 위해 매일 여전한 나의 자아와 싸운다.

결국 삶은 내 고집과 힘을 버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에 빨리 순종하고 적응할수록  평탄하고 수월한 것을ᆢ 


엄마가 준 밥을 불평 없이 무던하게 먹는 삼 형제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면서 , 아이들의 삶이 부족한 엄마와 같이 자기 고집과 불평으로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주어진 대로 감당하고 기쁘게 걷는 살이 되길 소망한다.     


주는 대로 먹는 게 가장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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