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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Mar 19. 2024

사탕이 전해준 사랑

나도 사탕이 되고 싶다

아이의 입원기간 2주 동안 수업을 결강해서 모처럼 수업에서 만날 학생들 모습이 이전에 비해 많이 기대됐다.

3월 새 학기 들어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오랜만에 보는데 책은 잘 읽어왔을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달뜨는 때에 마침 현관벨이 울렸다.


여늬때와 다름없이 밝고 환한 표정으로 현관을 들어서는 귀여운 초등 남학생들.

신발을 벗자마자 들어서서 점퍼를 벗는 모습까지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 새 학기 들어서 피곤할 법도 한데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과의 생활이 즐거운지 상기된 얼굴이 봄바람처럼 상큼했다.


"오랜만이야. 잘들 있었니? 새로운 반은 맘에 들어?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어?"

선생님의 질문들에 아이들은 여지없이 목청 높여 자기들 얘기를 하느라 바쁘다.

친구와 함께 한창 수다에 열을 올리다가 준이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갑자기 책가방을 뒤진다.


"앗참, 깜빡할 뻔했어요. 선생님 화이트데이 선물이에요."

아이는 가방에서 사탕다발을 꺼내서 건넨다.

 선생님의 행복한 반응을 기대하는 아이가 조심스레

내 표정을 살핀다.


나는 아이가 건넨 사탕다발을 보는 순간 화이트 데이날 남편에게서조차 사탕을 받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정신없이 바쁜 일과에 저녁 때는 교회 목장모임까지 있어서 사탕도 못 받고 끝났었는데...


그렇게 화이트데이가 지난 지 수일이나 지났건만 아이는 지금 화이트데이를 축하한다며 눈부신 사탕다발을 내놓는다.  

사탕을 학교에 시간인 아침 이른 시간부터 챙겨서 가방 속에 고이 간직했을 아이의 모습.

아들의 입원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선생님을 위로하고자 마음 한 켠을 내어준 그 어머님의 배려가 느껴져 마음이 울컥했다.


"우와, 이렇게 멋진 선물이라니.... 이 덕분에 선생님 마음이 환해졌다. 정말 고마워. 너희들과 나눠먹게 사탕 골라볼까?"


서로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사탕을 하나씩 골라서 포장을 벗기기 급급하다. 그렇게 입안 가득 사탕을 집어놓고 우리들의 수업은 계속됐다.

사탕을 열심히 빠느라 수업은 조금 산만해졌지만, 혀끝으로 사탕을 문지르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막내 성이가 수업 후 사탕을 보더니 친구들에게 나눠주겠다며 몇 개를 빼고 신나 한다.

작은 사탕 다발 하나로 온 집안이 환해지는 위로의 빛을 받았다.


사탕다발을 바라보며 문득, 아들이 아픈 동안 우리 집을 위해 기도로, 음식 등으로 섬겨준 귀한 교회 지체들과 친구들,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위염에 걸린 나를 위해 손수 전복죽과 물김치를 날라주고, 아이들 먹이라고 반찬들을 해주고, 몸보신하라고 직접 끓인 삼계탕을 병원 점심시간에 맞춰 갖다주고, 간식을 한 아름 들고 병원로비에서 건네준  지체들.


그리고 물질로, 기도로, 마음으로 함께 해준 가족들.

아픈 아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힘을 내어 기도하고  섬겨준 지체와 가족들의 사랑이 있기에 아들과 내가 이만치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받았던 그 지극한 사랑과 나눔처럼, 오늘 받은 이 작은 사탕의 위로처럼 나도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고 싶어졌다.


우리도 서로 사랑하되 우리의 결핍되고 상처 입은 사랑으로 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해야 한다.

-헨리 나우웬 '귀향의 영성'중-


내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건네지는 온기 가득한 알록달록 사탕이 되길 기도한다.


브런치 댓글로도 함께 해주신 그 사랑과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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