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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 ming Nov 25. 2022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온다.

여행준비


2021년 코시국으로 인해 얼렁뚱땅 대학교 3학년을 끝내고 나니 나의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진로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대로 4학년으로 올라가기엔 취업 스펙이 부족해, 조금 더 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어! "


뭐... 이건 다 핑계고. 그냥 휴학 1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23살 아직 파릇파릇하게 젊은 나이. 사지 멀쩡하고, 체력이 짱짱하게 받쳐줄 때 여행하는 게 맞는 거라고 했다. 아무튼…… 그렇다!



그럼 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선택했나.

전에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던 대학교 선배가 휴학을 했을 때 3개월 유럽 배낭여행을 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가 그 여행에서 유럽의 웬만큼 유명한 도시와 나라들은 다 방문했던 터라 어떤 도시, 나라가 제일 좋았는지가 문득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그녀는 콕 집어 스페인과 포르투를 언급하며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갈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당시 21살이었던 나는 이렇게 '이베리아 반도 여행' 버킷리스트를 추가하게 되었다.

시작은 역시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부터 온다.



여행 자금은 철저히 내 돈으로 마련하였다. 약 3년간 계속 일했던 카페에서 버는 수입은 내 생활비로 나가서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했다. 마침 휴학을 한 탓에 평일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평일에 할 수 있는 영어 학원 보조 선생님 일을 하게 되었다. 해외 나가서 영어를 많이 쓸 테니까 공부도 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평일에 영어학원 주말에 카페일,, 주 7일을 일하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다.

그래도 영어 학원일은 주휴수당이 붙어서 여행자금을 모으는데 3개월로도 충분했다.



돈이 해결되고 나니 더 중요한 치안문제가 남아 있었다.

워낙 한국의 치안이 좋다 보니 외국의 치안이 걱정되는 건 당연지사.

처음에는 혼자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혹시나 하는 내 안의 걱정인형이 일어나 유럽여행카페에 동행을 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여행 루트, 여행 시기, 그리고 숙소를 함께 사용할 같은 성별. 이 모든 것이 맞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또한 이런 식으로 같이 여행할 사람을 구해본 것이 처음이라 동행하는 사람의 성격과 여행 스타일은 운에 맡겨야 하는 복불복, 그 자체였다.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대뜸 톡으로 mbti를 묻는 건 실례가 아니겠는가. (물론 mbti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새로운 성향의 사람을 만나서 여행 내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것. 그것 또한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니 같이 동행할 든든한 친구를 얻었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게 되었다.




17일 동안의 여행코스는 포르투(in)-리스본-세비야-그라나다-바르셀로나(out)로 2개국 5개 도시 여행을 계획하였다. (원래는 신트라를 포함해서 2개국 6개 도시를 계획했으나 사정이 생겨 가지 못했다.)

포르투 3일 리스본 3일 세비야 4일 그라나다 2일 바르셀로나 4일 일정이었는데 근교 도시를 안 간 것을 고려하면 꽤 여유로운 편이었다.


D-16


여행에 있어 여유를 중시하는 나는 꼭 가고 싶은 관광명소, 맛집 등만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두고 여행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았다. 단체관광이 아닌 만큼 배경지식 공부는 필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여행에서 겪는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 몇 배 이상의 값어치로 다가오길 바라며 열심히 책을 탐독하며 공부했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어도 조금씩 배워나갔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랄까?




유류세 증가로 2배가 되어버린 비행기 가격, 물가상승률에 따른 비싼 숙소들, 소매치기 방지용 고리. 이 모든 험난한 여행 준비 과정에서 얻은 건 설렘보다 걱정이었다. 과연 내가 혼자서 잘 도착할 수 있을까? 머나먼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까? 이런 수많은 고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출국날은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유롭게 떠나서 청춘을 즐기자!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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