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 ming Nov 26. 2022

처음으로 혼자서 경유하다.

2022년 10월 22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4시에 차를 탔다. 내가 사는 고향에서 인천까지는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라 어떻게 가야 할지 많이 고민됐었는데, 마침 경기도에 볼일이 생기신 부모님이 선뜻 나를 인천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다. 새벽 운전이라 힘드실 텐데 공항 탑승구까지 나를 배웅해주시는 부모님을 꼭 안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어린 줄만 알았던 딸이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부모님의 심정은 나로선 차마 헤아리기 힘들었다.


탑승 전


포르투까지 가게 될 항공사는 ‘루프트 한자’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일정이 무려 3번이나 바뀌었지만, 무사히 탑승하였다. 루프트한자는 독일 항공사라 나에겐 첫 외항사였다. 더욱이 경유까지 끼어있었던 티켓이라 차오르는 긴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메니티와 기내식1


드디어 13시간 비행 시작!

그런데 아뿔싸 자리 미스. 창가 자리인데 의자가 무슨 문제인지 넘어가질 않았고, 옆자리의 남성분에게서 날아오는 담배 찌든 내는 비흡연자인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잊지 말자. 긴 경유시간의 비행에서는 창가 자리보다 통로 자리가 훨씬 낫다는 사실을. 그래도 기대보다 기내식이 맛있어서 나름 만족하면서 비행을 했다. 고추장 챙긴 건 안 비밀.


언제나 구름 위는 고요하다.


독일물


기내식을 먹고 나면 이렇게 국립공원 물을 챙겨주는데 디자인, 색깔 뭐 하나 환경을 생각하는 독일의 면모에 빠지지 않았다. 


기내식2


토끼잠을 자고, 10시간쯤 지나면 샌드위치를 주는데 배고픈 상태에서는 먹으면 뭐든 안 맛있으리! 깔끔히 다 먹고 착륙을 기다렸다.


프랑크푸르트 도착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세계 허브 공항답게 엄청나게 크고 넓었다. 누가 자동차의 나라 아닐까 봐 면세점 중앙에 위치한  외제차 한 대… 나 진짜 독일 땅 밟았구나!


초췌


입국심사에서 갑자기 코로나 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보고 식겁했는데, 다행히 필요 없었다. 하마터면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을 시작도 못하고 끝낼 뻔..! 하였다.


공항의 다양한 가게에서 파는 독일 맥주의 유혹을 뒤로한 채 탑승구에서 경유 비행기를 기다렸다.



탑승 시간이 다 되어 가자 탑승구에서는 먼저 장애인과 어린아이들을 우선 탑승시켰다. 하지만 장애인을 들여보내 주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원래 탑승시간보다 훨씬 늦게 들어가 비행기도 30분 늦게 이륙했다.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인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여행을 하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순간이었다.


아구아는 소중하니까


연결 편 비행기에서는 옆자리의 잉꼬 노부부와 함께했다. 금슬도 너무 좋으시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꼭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대화하고 싶었지만 피곤해서 잠이 들어버렸다.


올라! porto


약 19시간 비행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 포르투를 혼자서 무사히 도착했다. 비행기 하나 잘 타고 왔을 뿐인데 왜 자신감이 생기는 건지…


공항에 먼저 도착한 나는 파리에서 막 도착한 동행, Y를 만나 높은 가격으로 흥정하는 택시 기사님을 뒤로한 채 볼트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본 포르투의 야경을 보고 우리 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걱정이 와르르 무너지고 설렘만 느껴져 벌써 포르투의 낮이 기대가 되었다.

이전 01화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