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맞다는 걸 알아버린 이야기
엄마가 하시는 정성 어린 조언에 나는 대답했다.
"엄마, 성인군자인 척 좀 하지 마 제발."
그 이후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다 참다 뱉어낸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내 맘을 몰라주는 말이었고, 도덕책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말일뿐 실생활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얘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화는 유리구슬 다루 듯해 야한다는 그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났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상도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 화였다. 그걸 조심히 다룬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던 그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던 것.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화가 불러오는 파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상대방이 나로 인해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스스로가 어머니의 말씀이 천 번 만 번 맞다는 걸 증명하는 실체가 되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에게 맞는 이유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 그녀가 한 조언은 올가미가 되어 갑갑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 안 듣는 고집쟁이 딸이 되었고, 엄마는 나에게 맞는 말만 하는 도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만 된 이 관계를 청산하고 싶었다. 화해의 손을 내밀고 싶었고, 또 이런 일을 함께 공감받고 싶었다. 서로가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서로가 불쌍했음을 알고 안아줄 수만 있다면 앞으로 우리의 앞날이 함께 발맞춰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써보는 90년 대생, 경상도 시골 여덟 식구 대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윤 씨 집안 장녀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