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판단하지 말 것
새옹지마, 변방 할아버지의 지혜
새옹지마, 변방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당장의 좋은 일도 나쁜 일로 이어지질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으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사자 성어 중 가장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의 상식을 벗어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사자성어를 제대로 깨친다는 건 아마 지천명, 이순을 넘어도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을 주위어른들을 보며 느꼈다. 지금 당장의 이익 혹은 상처 앞에서 격하게 반응하고 또 상처받는 그리고 나서도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그렇게 당장의 감정에 눈이 멀어 온갖 사고를 치고 나서 "인생 멀리 내다봐야 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셨다. 건네는 말들에 '저 사람이 나에게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잣대를 두고 평가를 했다.
잣대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저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였기에 상대방의 자격조건은 따질 이유가 없었다. 아니, 나조차도.
나이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결국 인간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일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결과를 초래하며 결과는 내 인생을 어디론가 다시 끌고 갔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우리 자매에게 시를 한번 써보자고 했다. 나는 태양계가 어떻게 도는지를 구구절절 쓰기 시작했다면 동생은 비 오는 날의 감성을 다양한 감정으로 묘사했다. 동생 것과 비교했을 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내가 봐도 그건 시가 아니었다. 아빠가 던진 한마디, "이야, 동생 거 한 번 봐봐라, 니는 시는 영 아니다", 아주 냉철한 평가에 글 쓰다는 나의 콤플렉스가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공대생의 피가 흐르는 나에게(문과를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작문실력은 필요하지는 않았다.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본 언어였기에 우리는 수식으로 소통을 했고 오히려 간결해질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음의 감기가 찾아올 때면 둔한 입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냥 좋고 나쁨이라는 단어가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였기에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며 독서라는 통로를 통해 내 콤플렉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오기로라도 이겨보고 싶었다. 어느새 나는 남들과 최대한 오해 없이 표현하기 위해서 글도 썼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써서 범인과 나누는 작업도 하고 있다. 9살의 꼬마가 느낀 열등감이 그리고 표현하지 못해 느낀 갑갑함이 지금 내가 글 쓰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할 뿐이다.
새옹지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이런 말일지도 모르겠다.
1. 순간을 판단하지 말 것
2. 그 안에서 너만의 길을 찾아 나설 것.
3. 그 후, 다음길은 너를 또 다른 길로 인도하게 될 것.
4. 네가 포기하지만 않은다면 운명은 너의 편일 것.
순간순간은 어느새 나를 이 순간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내게 속삭인다. "인생은 기다랗다. 너는 지금까지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진 나도 모르지만 넌 또 어떤 것들을 하고 있을 거야. 늘 그랬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