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이 좋아서 대한민국이라는 선진국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타국민은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일상에서 누리고 있지요. 대한민국 역시도 여전히 갈길이 멀고, 모순점이 가득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타국민은 우리의 모순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모순에 짖눌려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순(독재,전쟁,쿠데타,절대적 빈곤)에 짖눌린 채 살아갈 때 그 파동은 국경을 넘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공산국가의 제국주의적 팽창, 서방의 패권주의는 많은 이들을 군비경쟁의 지옥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당대 공산주의자들은 그 팽창을 해방과업이라 칭하지만, 스탈린 이후의 해방과업은 결국, 제국주의적인 팽창과 다름없습니다.) 공산국가의 모순이 폭발함에 따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공산국가만이 모순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냉전의 일측면을 담당하는 서방의 패권주의 역시도 서방 세계의 모순으로 작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자국의 모순, 서방의 패권주의로 무너진 구소련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푸틴독재정권이 등장합니다. 이후 푸틴 정권은 독재에서 머무르지 않고, 러시아를 하나의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저는 그 모순의 정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각국의 모순은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그 파동에 영향을 받기도 주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순망치한이라 하지 않습니까. 세계 각지에 이러한 모순이 폭발하기 시작하면, 대한민국 사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쟁이나 내전,쿠데타와 같은 재앙들을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미얀마의 시민도 아닌 제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바라는 것, 러시아의 봄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바라는 것 역시 같은 맥락 입니다.
운 좋게 선진국에서 태어났다 해서 우리더러 타국민을 위해 복무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살아간다면, 또 다시 20세기의 거대한 모순(냉전,1차,2차대전)들을 마주하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이 인지를 작은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