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고추장볶음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결심한 후, 외부 전문업체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소스개발을 의뢰하면 소스 배합 레시피를 만들어주는 전문 연구소들이 몇 개 있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푸드는 개발하기에 꽤 까다로운 편이라서 업체를 찾기 쉽지 않았다.
세 군데 정도 컨택해본 결과, 내가 원하는 비건 고추장볶음을 개발해주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쉐프출신 연구원들이 아니라 식품개발 7년 이상의 경력자들이 과학적인 단계를 거쳐 개발하는 곳이었다. 컨설팅을 해주시는 담당자와 상담 끝에 이곳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개발비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들었지만 고심 끝에 개발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모아놓은 얼마되지 않는 돈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을 해버렸네.. 괜찮겠지?’
걱정되었지만 남편과 가족들의 격려 덕분에 눈 딱 감고 하기로 했다.
”한 번 해봐. 죽기 전에 그때 이거 못해서 후회된다고 나 원망하지 말고. 하고 싶은거 다 해봐야지.“
남편이 이렇게 말해준 덕분에 더 용기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뒤에 제품생산 비용이나 추가적인 비용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비상금까지 탈탈 털겠다는 각오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업할 때 쓰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몇 백만원은 거의 무자본 창업에 가까운 것 아닌가. 콘텐츠로 사업을 시작해서 좋은 점은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지만.
혹시나 최악의 상황이 닥쳐서 이번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 가족에게 타격을 입힐 만한 금액은 아니었다. 또한 소스 배합 레시피의 소유권은 평생 나에게 있다. 나중에 이 레시피를 활용해서 다른 도전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충분히 투자해봄직하다고 생각했다.
볶음고추장 회사들에게 OEM생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개발을 하겠다고 결정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직접 개발하는 것이 훨씬 탁월한 선택이었다. 직접 개발해서 소스 배합비의 소유권을 가져야 소스 생산에 있어서 통제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 회사들이 더 이상 우리와 협업할 수 없다고 계약을 끝낸다면, 그 소스를 더 이상 생산해서 판매할 수 없다. 가격이나 품질 관리도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다. 왜 그때 그런 제안을 했었는지 지금은 조금 의아하다. 소스 개발비용이 조금 들긴 했지만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외부 연구소와 계약을 체결하는 날, 이 이야기도 콘텐츠로 만들어서 팔로워나 구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싶었다.
제품 제작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었다. 연구소까지 운전해서 가는 길, 사무실이나 연구실 내부, 계약서에 싸인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 날 바로 편집해서 sns에 업로드했다.
한 달 뒤에 샘플이 나올 것 같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는 멘트도 덧붙였다.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 혼자 중구난방으로 개발하거나 기성 제품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업체와의 협업임을 특히 강조했다.
담당자와 상담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건 식품은 개발하기 까다로워서 대기업 식품연구소에서도 선뜻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개발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을 할 때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만들어내기 어려운 만큼 그 진입장벽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채식주의자들까지 아우르는 제품,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 바로 내 브랜드만의 시그니처, 비건 볶음고추장이다. 이 아이템에 더욱더 확신이 들었다. 샘플이 나와서 얼른 맛보고 싶었다. 이걸 활용해서 다양한 요리 콘텐츠들을 얼른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