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인 ’내‘가 만나는 상대방은 어떤 사람일까. 아무나 만나서 관계를 맺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하기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적이다. “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한국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특정 짓긴 했지만 실체가 없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가 쌓일수록 유튜브나 인스타에는 통계분석, 인싸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내가 만나는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Kpop열풍이 인도에서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SNS를 시작할때만 해도 인도네시아에서 Kpop인기가 대단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많이 봐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 음악 등 문화콘텐츠가 뜨겁게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내 브랜드 계정에도 미약하게나마 그 영향이 미쳤다.
구독자, 팔로워의 절반가량이 인도 사람들이었고 성별은 여성, 나이는 10~20대인 MZ세대였다.
그래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2위의 13억 인구대국인 인도는 곧 1위인 중국을 제칠 예정이다. 그리고 굉장히 젊은 나라이다. 10~20대, MZ세대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30대까지 포함한다면 60~70%를 차지한다. 빈부격차가 커서 빈민국이라는 이미지가 크지만, 이미 세계 GDP 5위의 국가이다. (우리나라 9위) 2~3억 명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여력을 가지고 있다. 이곳 상류층의 부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 삼성가를 능가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여타 동아시아 나라들보다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좋은 곳이다. 한국을 dream place이라고 말하며 한국인인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고심 끝에 이곳에 온라인 상점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오프라인에서 얼굴 맞대고 소통하는 것도 서툰 내가 얼굴이 안보이는 불특정 다수의 온라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자니 막막하고 어려움을 느꼈다. 인스타 팔로워들과 주고 받은 DM, 댓글, 그들의 일상 콘텐츠, 자료 리서치 등을 통해 내가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을 불특정 다수가 아닌 1명의 사람으로 점점 더 분명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내가 그려낸 상대방의 특성, 하루 루틴을 메모해놓은 것을 아래에 공유해보겠다.
“나는 15세, 여자다. 인도에 살고 있고 능력있는 부모님 아래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는 학생이다.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넘치는 교육열은 조금 부담스럽다.
매일 쳇바퀴 굴러가는 것처럼 비슷한 하루다.
집과 학교를 오간다.
하교 후에 집에 와서 해야할 공부들이 많다.
틈틈이 쉬는 시간마다 SNS로 BTS 콘텐츠를 본다.
이때만큼은 정말 신나고 즐겁다.
지루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SNS에 BTS팬 계정도 만들었다.
거의 매일 BTS사진을 올린다.
어른이 되면 한국에 가고 싶다.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하루동안 해야할 일을 끝마치고 SNS계정에 접속했다.
공부할 때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다.
오늘도 자기 전에 한국드라마 한 편 보고 자야겠다.
드라마를 보는데 너무 맛있어보이는 한국음식이 보인다.
어떻게 만드는 걸까? 내일 한번 요리해봐야겠다. 이제 그만 자자.”
이 친구는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한국과 관련된 것이나 궁금한 한국어를 나에게 물어본다. 친구에게 난, 한국음식이라면 못하는 게 없는 요리 잘하는 언니다. BTS의 고향, 한국에 살아서 너무나 부러운 언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른이 되어 한국에 가게 되면 언니가 해주는 한국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학교생활의 어려움이나 친구관계 고민들을 나에게 상담하는 친구도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가서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직업, 대학교 전공 등을 상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