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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Sep 23. 2022

스웨덴의 전통 직조를 배우다

한 번 실이 끊어지면 옴짝달싹 못 하는 직조기 세팅은 덤

스웨덴 전통 직조 기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두 명씩 조가 되어 직조 기법 하나를 정한다. 한 사람당 30cm를 짤 수 있는 길이를 계산해 직조기에 세팅하고 천을 짜기 시작한다. 30cm 디자인 하나가 끝나면 다른 직조기로 옮겨 새로운 기법으로 짜면서 다섯 개 샘플을 만들어 나간다. 각 조마다 자신이 담당하는 기법을 가장 잘 알게 된다.


스웨덴 친구 헨니와는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아서 금세 친해졌다. 이번에도 우리는 Monk's belt, Munkabälte (스웨덴어로 뭉카벨테라고 읽는다) 기법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한 조가 되었다. 뭉카벨테는 가는 코튼 실을 세로실로 사용하는데, 이번엔 처음 써보는 얇은 실로 세팅을 하게 됐다.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계산 후 우리가 준비한 세로실은 4미터도 넘는 길이다. 긴 실타래 뭉치를 모두 직조기에 감을 동안 손으로 실을 팽팽하게 당겨서 일정한 텐션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손이 엄청 아프다. 마무리될 때쯤엔 손이 얼얼해진다. 나는 실을 당기며 텐션을 유지하고, 헨니가 조금씩 핸들을 돌려 직조기에 실을 감았다. 실이 너무 얇아서 꼬일 것 같아 옆에 있던 아야카의 도움도 받았다. 



절대 손을 놓으면 안 돼!

그런데 이럴 수가. 뒤에서 실이 꼬이지 않게 정리해주던 아야카가 실 하나가 끊어진 걸 발견했다. 끊어진 실 한쪽 끝을 찾아 연결해야 했다. 위기의 순간이다. 내가 손을 놓으면 실이 느슨해져 더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야카가 실을 찾을 때까지 텐션을 유지해야 했다. 헨니에게 실을 옮겨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약 찾지 못하면? 4미터 세로실 준비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는데 그것만은 도저히 피하고 싶어 열심히 찾았다. 꼼짝없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리 상황이 너무 웃겨서 한 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실을 찾아 매듭을 지었다. 매듭이 커도 걱정 마시라. 이 매듭은 가로실로 직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복잡한 실 끼우기

이제 직조기 뒤에 있는 실을 다시 앞으로 가져와서 heddle과 beam이라고 불리는 곳에 순서대로 끼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짤 때 무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혼자 하면 하루 종일 걸릴걸 오래된 스웨덴 직조 책에서 2인 1조로 하는 방법을 찾아서 헨니와 같이 도와가며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실수가 있어서 실을 다 빼내고 다시 순서를 맞춰서 끼우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 우리 둘 다 뭉카벨테 세팅은 마스터했다며 웃었다.





뭉카벨테 (Munkabälte, Monk's Belt)

스웨덴 직조에서 많이 보이는 디자인이다. 가로실의 색깔과 사각형의 높이 등 모두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 가능하다. 한 번에 셔틀을 네다섯 개까지 한꺼번에 이용해서 짰다. 바로 전에 짠 실이 빠지지 않게 락을 거는 방법을 계속 기억해야 해서 한 순간도 집중력을 놓을 수가 없는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신경 쓸 것이 많은 뭉카벨테


각 기법을 담당한 두 사람이 학교에 제출할 카펠라고든용 샘플도 같이 짰다. 헨니와 나는 각 15cm씩 짜기로 하고, 내가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진짜 내 샘플이 될 디자인을 만들었다. 30cm가 끝나면 다음 사람이 시작할 수 있게 이니셜을 수놓아둔다.


업홀스터리 패브릭 (Möbeltyg, Upholstery Fabric)

가구에 입히는 천을 만드는 기법인 업홀스터리 패브릭이다. 가로 줄무늬만으로 디자인을 하는 기법인데, 실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울 실로만 써서 부드럽고 겨울 느낌이 나는데, 린넨으로 짜면 소파나 여름에도 어울리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줄무늬 스터디 업홀스터리





친구들 모두 다 모든 기법을 완성 후 직조기에서 잘라냈더니 이렇게 긴 직조물이 되었다. 그냥 이대로도 예뻐서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직조기에서 잘라낸 완성된 모두의 뭉카벨테
블랭킷으로 쓰기 좋은 양면 기법, 트윌 기법, 와플같은 무늬가 나오는 와플 기법


직조 샘플들이 완성된 후 잘라내어 테이블에 둘러앉아 샘플들을 나눠주었다. 같은 기법인데도 각자의 색이 드러나 재미있다. 나중에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 샘플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뭘 할지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지만 벌써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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