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따뜻한 일상
뉴질랜드는 무심한데 따뜻했다.
문명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태도가 그곳에 있었다.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다정함이 흐르면서도 한편으론 오롯이 혼자여야 하는 적막함이 공존했다.
편리함과 속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 곳의 시간은 깊은 고독으로 다기오기도 했다.
나는 무심히 떠났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양은 비슷할 것이며, 풍경 또한 그저 풍경일 뿐이라는 담담함 속에서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런 무심함 덕분이었을까.
이 땅이 그 매력을 들어낼 때마다 더 인상적이었다.
미션베이의 풍경 또한 그랬다.
퀸즈타운에 도착해 처음 마주했던 호수가처럼, 이곳의 해변 역시 평범한 일상을 품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 물빛을 닮은 옷에 파란 모자를 쓰고 해변가에 앉아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까지, 그곳의 모든 색은 경계 없이 하나로 섞여 있었다.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산책로를 걷는 이들,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담소 나누는 이들이 모여,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를 그려내고 있었다.
여행의 한복판에서 접했던 지구 반대편의 전쟁 소식.
이 연재가 끝날 즈음이면 종식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어디선가는 생존을 위한 사투가 이어지고, 다른 곳에선 평범한 일상이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 대비 속에서 깨달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나는 미션베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 해변 길을 걸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희고 긴 구름이 걸려 있었다.
구름의 나라가 내 잡다한 생각을 조용히 집어삼키고, 남긴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시간,그리고 무심한 일상의 따뜻함이었다.
[길고 흰 구름 아래에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한 편씩 글을 올리며,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글쓰기에 쫓기느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충분히 읽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나의 속도에 맞춰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고 읽는 균형 있는 습관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글을 읽고 함께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그 덕분에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