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관용은 어디까지니?
- 내가 그 여자 봤어. 만나려면 괜찮은 여자를 만나든지. 매춘부 같은 옷차림에 못 생기기까지.
-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남편이랑 얘기는 해 봤어?
- 얘기는 했는데, 잘 모르겠어.
남편은 자기가 미쳤었던 거라고 용서해 달라고 하지, 근데 그게 되냐고.
당장 남편이고 그 년이고 잡아 죽이고 싶은데.
-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죽을 만큼 패 버리든지.
- 언니는 대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겨냈어? 너무 슬프고 미안해..
- 글세, 난 어떻게 이겨냈을까.
책도 많이 보고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
평소에 남편에 대한 마음이 굳건했다면 아마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해.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말, 믿어줬겠지.
근데 난 그런 작은 믿음조차 없었거든.
그저 날 괴롭히기 위해 거짓말로 꼬셔서 결혼했다고 생각했고, 이 결혼은 처음부터 완전히 무효라고 생각하던 중에 그런 일을 들킨 거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고,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한 그 기분, 나도 알아.
미치지.
괴롭다는 말이 부족해.
고통스럽지.
온몸이 타들어 가고 모든 이가 쑥 빠지는 느낌.
죽을 때까지도 아마 그 아픔이 다 나을 수는 없을 거야. 고통이 큰 만큼 회복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상황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해서,
네가 무조건 희생하는 선택은 하지 말았으면 해.
생각보다 인생은 기니까.
내 친구 남편은 스트립바에 중독됐었대. 퇴근하고 항상 거기서 3~4시간 보내다가 집에 왔나 봐. 처음에 걔가 그거 알고 나서 바로 이혼하겠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남편이 몇 달 동안 빌었어.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절대 못 헤어진다고.
접대부 나오는 노래방, 안마방, 셔츠룸 그런 데 다니는 남자들 생각보다 많아. 잘못됐다고 생각 못 하니까 그러고 추잡하게 사는 거지.
아는 언니네 남편은 여자랑 집 앞에서 애정 행각하는 걸 언니가 직접 목격했어.
몇 년이 지났는데 결국 둘 다 애들 때문에 이혼은 안 했지만, 용서는 안 되나 보더라.
문득문득 떠오르고 괴롭고.
회사에서도 남편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다른 부서에서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아내가 있는데 싱글인 여직원한테 집적거리기도 하고
우리 귀에 들어오는 것만 이만큼인데, 모르는 이야기까지 합치면, 안 들킨 얘기까지 합치면, 얼마나 더 많겠어.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너한테 절대 위로는 안 될 거야.
당장 내 자신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힘드니까.
자고 있는 남편, 식칼로 찍어 죽여 버리고 싶겠지. 수없이 상상을 해. 고통을 주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있잖아.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말 알지.
인생은 누구나 처음이잖아. 만약 정말로 남편의 '실수'라면 너는 용서해 줄 수 있겠어?
너의 관용은 어디까지니.
그냥 살아왔다면, 그저 살아내 왔다면,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 살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보자.
네가 만약 살다가 실수하는 일이 생긴다면.. 용서해준 남편을 보는 네 기분은 어떨까..
나도 생각해 보려고.
내 관용은 어디까지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