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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가 힘들 때

내 잔소리 줄이기

by 코끼리 날개달기

- 엄마가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해.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싫은 법인데. 대체 왜 저러지.


- 나도 그래. 어쩔 땐 걱정될 지경이야. 혹시 알츠하이머 같은 병은 아닐까 하고.


- 그만 좀 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어. 계속 반복해. 진짜 왜 저러나 싶다.


- 나도 그만하라고 해봤는데 소용이 없더라.


아무리 그만 좀 말하라고 해도.


근데 오히려 막지 않고 들어주니까 그만하던데.


같은 얘기 또 하면, 엄마 옆에 앉아 봐.

엄마도 앉히고.


그래서 들어줘.

하는 얘기.


잔소리든 명령이든 푸념이든 뭐든 간에.


앉아서 들어줘.

잘.


그러면 금세 반복하진 않더라.


상대방이 안 듣는다고 생각하니까 자꾸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야.


나는 듣고 있는데 엄마는 내가 안 들었다고 생각하거든. 다음에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안 하니까.


엄마 말 다 들어주고 나서 꼭 대답을 해야지.


‘네’가 원하는 답이겠지만, ‘생각해 볼게’라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가 어정쩡하니 무난한 것 같아.


생각보다 가만히 앉아서 엄마 얘기를 들어주는 게 쉽지가 않아.


엄마는 내 주변 그 누구보다 나를 걱정하고 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잖아.


무엇보다 사랑의 크기가 너무 크지.


그걸 딸인 내가 감당할 수가 없어.


우리 아들이 우리한테 늘 제발 관심 좀 꺼달라고 하거든.


근데 부모로선 그게 안 돼.


그러다 보니 말은 일방적으로 나가. 뭐 했냐? 몇 점이냐? 누구 만나냐, 게임 그만해라, 똑바로 해라!


그럼 걔도 곧장 가시 돋친 말을 내뱉지.


나도 엄마지만 상처받아.


그래서 난 가끔은 집중해서 엄마의 말을 들어주곤 해,


그리고 아들에겐 어지간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하고.


애한테 말 걸고 싶으면 그냥 머리를 쓰다듬기나 해.

등 한 번 쓸어주고.

허그하고.


그게 낫더라.


큰 포옹 한 번에,

내가 하고 싶은 그 모든 말이 담겨 있어.


서로 안으면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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